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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패니메이·프레디맥 투자손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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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패니메이·프레디맥 투자손실 위험

입력
2008.08.20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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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사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채권의 안전성을 의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기에 외환보유액을 넣어둔 한국은행으로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지만, 결과적으로 국고손실 위험이 커진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예측이 힘들어지는 글로벌 금융환경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 손실 가능성 얼마나

지난달 두 업체의 채권에 거액의 외환보유액 투자 사실이 알려지자 한은은 즉각 "이들 채권은 오랫동안 미국 정부의 암묵적 보증을 받아왔기 때문에 떼일 염려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암묵적' 보증. 실제로 미국의 주택금융법에는 '패니메이 등의 채권을 미 정부가 보증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1968년 두 업체의 민영화 이후에도 미 정부는 이사를 선임해 왔고 채권 발행 때 재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게 하는 등 이들 업체의 운영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한은은 최근 이들 업체의 국유화 가능성이 제기된 후에도 여전히 안전을 자신하고 있다. 한은 당국자는 "미 정부가 두 업체 구제에 나선다는 것은 결국 채권자를 구제하겠다는 뜻"이라며 "최악의 경우 채권을 할인 매입해 빚잔치를 벌일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구도 채권의 안전성을 100% 장담하지는 못한다. 외환위기 직후 우리 정부가 국유화한 숱한 부실기업의 채권을 헐값에 처리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특히 담보도 없이 신용도만 믿고 산 채권을 100% 보전해주는 것에 대한 '모럴 해저드'논란도 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원은 "미국이 공적자금으로 국유화를 결정하면 그것만으로 국가 신용에 악영향을 미칠테고, 당연히 한국이 보유한 미국자산의 전반적 가치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표한형 연구원은 "미 정부가 사준다는 건 그나마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까지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과연 국가채권 전체의 신뢰도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들 채권 정리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많다.

■ 외환보유액 운용 문제없나

현재 외환보유액 운용방식을 놓고는 '현실적 한계를 감안해야 한다'와 '이 기회에 리모델링 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우선 지나친 달러화 자산 편중. 지난해 말 현재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 비중은 64.6%로 선진국(69.8%)과 개발도상국(60.8%)의 중간 수준이었다. "여전히 높은 국내 기업들의 달러결제 비중과 세계 경제의 역학 등을 감안하면 편중이라 말하기 어렵다"는 게 한은과 적지 않은 전문가들의 설명이지만 더욱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달러화 자산비중은 2001년 평균 71%에서 최근 63%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대 달러 보유국인 중국과 중동 일부국가는 최근 들어 달러화 자산비중을 낮추고 있다.

하나UBS자산운용의 최인호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달러화 비중이 떨어지고 있지만 더 줄였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우리도 중국처럼 외화자산 구성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말 재정부의 용역 보고서에서 "달러화 약세로 환차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달러 자산을 줄이고 다른 통화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황이 바뀐 만큼 패니메이 채권처럼 '정부채 만큼 안전하지 않은' 자산은 당분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성에 비중을 둬 좀더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요즘 같은 신용위기 국면에서 그런 목소리는 힘을 잃는 양상이다.

현대연구원 표 연구원은 "패니메이 채권 등은 안전하면서 수익률이 높아 투자한 것인데 그것마저 문제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연구원 정성태 선임연구원은 "적정 외환보유액은 최대한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하면서 추가로 쌓이는 보유액을 국부펀드 등 투자기관에게 맡겨 공격적으로 굴리는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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