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어제 가까스로 매듭돼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됐다. 18대 국회 임기 개시 83일 만의 정상화지만 자칫 빚어질 수도 있었던 극단적 정치 충돌을 피했다는 점만으로도 반갑다. 최종 타협안에 대한 각각의 불만을 삭이고 '식물국회'를 막판에 살려낸 여야의 자세에서 그나마 일말의 희망을 본다.
타결된 개정안의 내용은 여야의 체면과 명분을 적절히 살렸다. 민주당은 쇠고기 수입문제에 국회가 관여할 공간을 확보하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아직 남은 우려를 입법으로 덜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촛불민심'에 호응해 하늘이 두 쪽 나도 국민안전은 지켜낸다고 한 다짐을 적어도 겉으로는 이뤄냈다. 한나라당도 손실 최소화에 성공했다. 단독 국회를 피함으로써 거대여당에 따라붙게 마련인 '숫자의 횡포' 비난에서 벗어났다.
또 정치적 화해와 타결의 모양새를 통해 '다수의 여유'를 과시하면서도, 실제로는 한미 양국의 기존 합의를 해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입법을 통한 보완 장치의 마련으로 사회 일각에 남아 있는 '쇠고기 시위'의 추진력을 현저히 감소시킨 부수 이익도 눈에 띈다.
그러나 결과가 우연히 좋다고 해서 오랜 우여곡절과 소모적 줄다리기까지 다 곱게 보아주기는 어렵다. 더욱이 최종 합의 내용의 실질적 효과를 가늠해 보면, 그 동안의 허송세월이 문자 그대로 헛되다. 민주당은 수입 쇠고기에 대해 국회가 통제할 수단을 확보했다고 자찬하지만 '국회 심의'라는 상징적 장치에서 어떤 실질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민주당이 애초에 주장한 '국회 동의'는 국제조약의 법체계적 등급 차이를 무시함으로써 입법권 남용의 소지가 짙었다. '광우병 발생 시 수입 중단'은 한미 양국이 GATT 일반조항의 존중자세를 명문으로 확인할 때 이미 정리된 내용이다. 일본 대만 등 다른 나라와 미국과의 협상 결과를 반영하기로 한 것도 정부의 기본 방침과 그리 다르지 않다.
결국 어제 합의는 이 문제가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면서 매달릴 만한 값어치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국회의 자기고백과 다름없다. 이에 대한 반성 없이는 언제든 장기파행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의 분명한 자각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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