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팬들은 진정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욱일승천의 태극전사들에게 아마 세계최강 쿠바도 더 이상 적수가 못됐다.
그들은 또 다시 승리를 거둔 후 그라운드에서 하나가 됐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올림픽 3회 우승에 빛나는 쿠바마저 꺾고 1위로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예선전 7전 전승과 금메달 목표가 결코 허황된 게 아니었다.
한국은 19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쿠바와의 풀리그 예선 6차전에서 짜릿한 7-4 역전승을 거두고 파죽의 6연승을 거뒀다. 2000년 시드니 대회 3위 결정전 승리까지 포함하면 7연승의 신바람이다.
이로써 한국은 20일 네덜란드와의 예선 최종전 성적에 관계 없이 8개 팀 중 1위가 확정됐다. 한국은 하루 휴식을 취한 뒤 오는 22일 오전 11시반(한국시간) 미국-일본전 패자인 4위와 결승 진출을 가린다.
쿠바전 승리의 의미는 남다르다. 한국은 지난 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프로 선수들이 참가하는 드림팀을 구성한 이후 국제무대에서 쿠바를 단 한번도 꺾지 못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예선에서 아깝게 5-6으로 패한 뒤 2007년 대만 야구월드컵 예선까지 7번을 싸워 모두 패했다.
오히려 순수한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이 99년 호주 대륙간컵 예선에서 연장 10회말 권윤민의 끝내기 안타로 4-3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프로ㆍ아마를 통틀어서 공식 경기에서 쿠바를 이긴 것은 무려 9년 만이다. 올림픽 대표팀은 지난 5, 6일 잠실구장에서 쿠바와 가진 2차례 평가전에서는 1승1패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과 쿠바 모두 지난 18일 5연승으로 일찌감치 4강 진출을 확정한 터라 이날 경기는 준결승 이후를 대비한 탐색전이 예상됐다. 한국은 전력을 비축하기 위해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김동주와 박진만, 진갑용 등을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투ㆍ타 모두 베스트 멤버를 선발로 내보낸 쿠바도 3-0으로 앞선 3회 에이스인 루이스 베라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그러나 다소 느슨하게 흐르던 경기는 4회부터 양팀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으로 확전됐다. 한국은 구원 투수인 오델린과 곤살레스를 상대로 3안타와 볼넷 2개를 집중시키며 순식간에 5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했다.
현역시절 쿠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파체코 감독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존심이 상한 파체코 감독은 마운드 총력전을 펼치며 역전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한번 불붙은 태극전사들의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6회 2사후 고영민과 이용규의 연속 안타로 추가점을 뽑은 한국은 7회 2사 1ㆍ2루에서 대타 이종욱의 적시타로 쐐기를 박았다. 한국은 이날 7점을 모두 2사후에 얻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한 반면 쿠바 구원 투수 4명은 모두 적시타를 얻어 맞는 수모를 당했다.
중국과 대만전에서 잇따라 어려운 한 점 차 승리를 거두며 불안함을 노출했던 대표팀은 쿠바전 승리로 명실상부한 실력을 과시하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희망을 부풀렸다.
베이징=이승택 기자 lst@hk.co.kr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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