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간스케(山本勘助)는 일본 전국시대 가이(甲斐)의 영주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의 뛰어난 군사(軍師)였다. 신겐은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 야마모토가 포르투갈인이 가져온 ‘다네가시마’(種子島ㆍ조총과 비슷한 철포)를 구입하러 쓰루가로 여행간 동안 무력으로 정벌한 시나노의 우에다하라에서 반군 호족 무라카미 요시키요에 참패했다.
신겐은 이에 앞서 시나노의 저항세력인 우에스기 노리마사군을 오다이하라에서 전멸시키며 득의양양했다. 여세를 몰아 북 시나노에서 마지막 항거 중인 무라카미를 성급하게 제압하려다 도리어 완벽하게 당했다.
▦ 8,000명의 정예를 이끌고 출전했던 신겐은 4,000명에 불과한 무라카미군에 참패한 것에 대해 분을 참지 못했다. 신겐은 야마모토에게 패인을 물었다. 야마모토는 이에 대해 “10할의 승리는 10할의 패배를 부르는 법입니다. 오다이하라에서 대승을 거뒀지만, 우에다하라에선 대패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이까?”라고 말했다. 10할의 승리를 얻는 순간, 모든 것을 자기 힘으로 얻었다고 착각하게 된다. 이것이 교만을 낳고 적에 대한 경시를 낳아 다음 전투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 신겐은 이를 교훈 삼아 다음과 같은 경구를 마음에 새겼다. “무릇 승리는 5할의 승리(신승)를 최상으로 삼고, 7할(낙승)을 중(中), 10할(완승)을 하(下)로 삼는다. 5할은 용기를 낳고, 7할은 게으름을 낳고, 10할은 교만을 낳기 때문이다. 10할의 승리 뒤에는 10할의 패배가 따르지만, 5할만 이기면 질 때도 5할이면 수습이 된다.” 신겐은 이후 달릴 때는 바람처럼 달리고, 머물 때는 숲처럼 고요하며, 적을 칠 때는 불과 같이 치고, 움직이지 않을 때는 산과 같이 한다는 풍림화산(風林火山) 전략으로 주변 세력을 정벌하면서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와 천하패권 경쟁을 벌였다.
▦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에서 압승한 후 인사 실패와 정책 혼선으로 촛불파동, 지지도 추락의 어려움을 겪었다. 완승이 교만을 낳아 화를 자초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주말 북악산행에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정에 매진하면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8ㆍ15를 계기로 부동산규제 완화와 서민생활 대책을 쏟아내는 것도 새 출발 행보로 보인다. 완승에서 완패로 급전직하했던 이 대통령은 실패를 거울 삼아 전략을 가다듬어야 국민신뢰 회복이라는 신승을 거둘 수 있다. 성공은 칼날 끝에서 느끼는 위태로운 쾌감에 불과한 것이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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