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연정의 탄핵 압력에 시달려온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결국 사임을 선택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18일 생중계된 대국민연설을 통해 “나에게 제기된 어떠한 탄핵 사유도 성립될 수 없는 것”이라고 탄핵 추진의 부당함을 항변하면서도 “내가 처한 상황과 법률적 자문, 정치적 동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사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 미래를 국민의 손에 맡긴다”며 이날 중으로 의회에 사퇴서를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1999년 무혈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8년 10개월간 이어진 무샤라프의 철권 통치는 막을 내리게 됐다. 관련기사 면
집권연정의 탄핵 절차 개시를 하루 앞두고 나온 무샤라프 대통령의 사임 발표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파키스탄인민당(PPP)과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이 주도하는 집권연정이 2월 총선에서 대통령 탄핵이 가능한 상·하원 3분의 2에 육박하는 의석을 확보한데다 무샤라프를 지지했던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Q)에서도 이탈 세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군부와 정보부(ISI) 등이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고 테러와의 전쟁의 파트너로 무샤라프를 감쌌던 미국마저 등을 돌리자 결국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집권연정이 탄핵 절차 개시 이전에 사임이 가능한 시한으로 정한 마지막 날 무샤라프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함에 따라 그가 통치 기간 저질렀던 헌법ㆍ법률 위반에 대한 처벌을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샤라프의 퇴진으로 대 테러전의 강력한 파트너를 잃은 미국의 앞으로의 파키스탄 정책 및 알 카에다 등 테러단체와의 전쟁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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