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출연시켜 주기'가 아직도 통하는 세상이다. 2002년 방송가를 강타한 연예계 비리로 호된 홍역을 치르고도 PD들이 여전히 이런 짓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 때 방송사와 PD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시청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자정운동도 약속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드러난 연예기획사와 방송 PD들의 검은 뒷거래를 보면, 그것은 말 뿐이었다.
도박으로 17억원을 탕진하고 팬텀엔터테인먼트 등 6개 연예기획사 대표로부터 현금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KBS 전 예능국 CP(책임프로듀서) 이모(46)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비슷한 혐의로 검찰이 증거를 잡고 수사 중인 PD가 10여명이 넘는다. 그 중 절반이 각 방송사의 주요 예능프로그램 연출과 기획을 담당한 국장, 부장급 간판 CP들이다. 실상이 이런데도 검찰의 '방송 탄압을 위한 과잉수사'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의 은밀하고 교묘한 방법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단순한 금품수수나 향응은 옛날 이야기다. 차명계좌를 이용해 돈을 받고, 연예기획사의 합병이나 우회상장 정보를 요구해 엄청난 시세 차익을 올리는 '주식'이 로비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도박장에서 현금이 아닌 칩을 제공 받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속 연예인들을 출연시켜 자사 주가를 높이려는 일부 연예기획사들에도 분명 문제가 있다. 그렇다 해도 방송사 PD들이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결과적으로 시청자를 속이고, 프로그램을 특정 연예인과 연예기획사에 팔아먹은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 전모를 밝혀내야 한다. 그러나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이런 비리를 근절하려면 무엇보다 방송과 PD들 스스로의 확고한 책임의식과 양심의 실천이 중요하다. MBC의 경우, 이번 비리에 연루된 PD가 KBS보다 적은 이유 는 2002년 이후 내부적으로 자정 노력을 계속해온 덕분이다. 방송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도덕성부터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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