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이 정한 원 구성 협상의 데드라인이었던 18일 여야는 일촉즉발의 대치 국면으로 치달았다. '대화와 타협' 같은 흔한 정치적 수사조차 입에 담지 않았다. 이날 합의 도출에 실패한 양측은 앞으로도 쉽게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외형상 원 구성 협상에 연계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문제가 대치의 직접적 배경이다. 하지만 이면엔 "쇠고기 사태를 넘어 국정 드라이브를 걸려면 더 이상 밀려서는 안된다"(한나라당),"지금 밀리면 거대 여당에 한없이 밀리게 된다"(민주당)는 저마다의 속사정이 자리잡고 있다.
한나라당이 단독 원구성 카드까지 꺼내든 건 어떻게든 야당을 안고 가겠다던 7월 초 국회 개원 협상 때 입장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 사이 쇠고기 사태 당시 10%대 초반으로 미끄러졌던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20%대 후반으로 반등하는 변화가 있었다. 청와대와 여당은 전통적 지지층이 돌아오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했지만 그렇다고 안도할 수준은 아니다. 따라서 남아있는 지지층을 끌어오기 위해선 야당에 더 이상 끌려 다니지 않고 보수층의 의제인 '법과 원칙'을 과감히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국회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야당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것도 여당이 자신감을 갖게 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여권은 현실적으로도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데 필요한 각종 법안의 처리에 제동이 걸린 상황을 풀 필요가 있다. 실제 고유가ㆍ고물가 관련 법안과 추경예산안 등이 두 달 넘게 국회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다.
일련의 대치 국면을 단순한 원 구성 협상 차원에서 보고 있지 않는 것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촛불시위 때 거리에 나갔다 쇠고기협상 국정조사와 가축법 개정을 명분으로 국회로 돌아왔다. 아무 소득 없이 이대로 물러서면 무력한 야당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기 딱 좋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적어도 외곽 지지 세력인 '촛불민심'에게 민주당이 할 만큼 했다는 인상은 남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도 민주당 의석(83석)은 한나라당(172석)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초반에 기선을 제압 당하면 반전이 어려운 구조다. 당내엔 김재윤 의원에 대한 검찰 소환 통보 등 최근 사정 국면의 조짐을 야당 탄압과 정권의 일방적 독주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선 차라리 장외에서 청와대와 명확한 전선을 형성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날 "정국 경색은 청와대의 정치적 몽니와 오기 때문"이라며 일제히 비판의 화살을 청와대로 돌리기 시작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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