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만큼이나 값진 동메달이었다.
한국 남자탁구가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18일 베이징대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단체전 3ㆍ4위 결정전에서 유승민(8위ㆍ삼성생명)과 오상은(15위ㆍKT&G), 윤재영(25위ㆍ상무)을 앞세워 유럽의 강호 오스트리아를 3-1로 꺾었다.
한국은 17일 여자단체에 이어 남자단체에서 동메달을 수확하는 성과를 거뒀다. 오상은과 윤재영은 올림픽 첫 메달의 감격을 누리며 기쁨이 더했다.
오더 작전의 승리였다. 유남규 코치는 1단식 주자로 슬럼프에 빠진 에이스 유승민 대신 노련한 오상은을 내세웠다. 상대는 2003년 파리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 출신인 베르너 쉴라거. 오상은은 쉴라거와의 통산전적에서도 4승5패로 밀렸다.
그러나 이번 대회 들어 단체전에서 가장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오상은은 쉴라거에 짜릿한 3-1 역전승을 거두고 벤치의 기대에 화답했다. 하지만 앞서 단체전 단식 6경기에서 2승4패로 부진했던 유승민이 2단식에서 세계 47위의 로베르트 가르도스에게 1-3으로 발목을 잡혔다.
3복식에서 유남규 코치는 다시 한번 승부수를 띄웠다. 기세가 꺾인 유승민 대신 '맏형' 오상은과 윤재영을 콤비로 내세운 것. 작전은 멋지게 맞아 떨어졌다.
오-윤 조는 가르도스-첸웨싱 조를 3-0으로 완파하며 분위기를 돌려놓았다. 휴식을 취하며 안정을 찾은 유승민은 4단식에서 통산 전적 5승무패로 앞선 첸웨이싱에게 3-0 완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확정지었다.
탁구협회의 내분 탓에 대회를 불과 한 달 남겨두고 대표팀에 복귀한 유남규 코치는 "훈련 시간이 너무 짧아 사실 예선만 통과하자는 생각으로 올림픽에 임했다"며 "선수들이 서로 믿고 한 마음이 된 게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에이스 유승민은 "단체전에서 내가 잘못해서 상은이 형이나 재영이가 메달을 못 따는 것 아닌가 하는 부담감이 많았다. 아테네에서 금메달도 따봤지만 동메달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며 "개인전에서는 부담 없이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베이징=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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