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8일부터 그루지야에서 철군키로 하면서 그루지야 사태가 진정 국면을 맞는 듯 하다. 하지만 러시아의 재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국 등의 군사력 증강 필요성이 대두되는 등 군사력 판도가 재편될 조짐을 보여 긴장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러시아가 그루지야에서 '우리는 다시 돌아왔고 여전히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이로써 유라시아는 새로운 지정학적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분석기사를 18일 실었다.
사실 러시아는 이번 분쟁에서 전세계에 건재한 군사력을 과시했다. 1990년대 70억 달러에 불과했던 연간 국방비를 최근 350억 달러로 늘리는 등 무기 현대화에 성공함으로써 막강 군사력을 갖출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말판에서 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그루지야에서 스마트 폭탄 등 현대 무기로 무장했다"고 전했다.
군사 현대화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주도했다. 군사전문연구기관인 글로벌시큐리티에 따르면 그는 2002년에서 2003년 사이 러시아 지상군의 훈련량을 두 배로 늘렸다.
물론 서방과 비교할 때 아직은 군사력이 떨어진다. WSJ는 그루지야 전쟁에서 러시아가 1971년 생산된 T-72 탱크 등 구식 장비를 여전히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CSM는 미국의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의 4%인 데 반해 러시아는 2.7%에 불과하다면서 "그루지야의 군사력이 형편 없었기에 상대적으로 강해 보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실제 군사력을 차치하고라도 러시아가 보여준 즉각적이고 엄중한 군사 행동은 NATO와 미국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 전력을 쏟으며 큰 손실을 보고 있는 NATO군으로서는 러시아와의 새로운 경쟁 관계 속에서 재래식 병력을 증강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 국방대학 선임연구원 유진 루머는 18일 "그루지야 뿐 아니라 에스토니아, 우크라이나 등 친서방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복수성 공격 가능성이 증가한 만큼, 미국과 NATO는 이들 국가에 군사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CSM에 밝혔다. 조만간 미국과 미사일방어(MD) 기지 협상에 서명할 폴란드 역시 러시아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배경 하에서 그루지야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국방비 증가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대당 1억4,300만 달러나 하는 초음속 전투기 F-22 랩터나 총 1,6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미래전투시스템 등 최신예 장비 도입을 추진했지만 "이 무기들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장에서는 별 필요가 없다"(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는 등의 반대에 부닥쳐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WSJ는 18일자에서 "그루지야 사태를 계기로 미 국방부가 이라크전에 관심을 쏟는 사이 러시아와 중국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음을 깨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이츠 장관 역시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재래식 무기와 함께 러시아와 중국 등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대표적 매파로 카터 행정부에서 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CSM에 "서방 세계가 협력해 NATO가 유럽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하며 NATO는 러시아의 위협을 받는 국가에 더 많은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지향 기자 차예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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