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마이'. 싸구려, B급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이 속어는 묘한 쾌감을 품고 있다. 가수 싸이가 스스로를 '땐쓰가수'라고 규정할 때 빚어지는 역설적 상쾌함 같은 것. 드러내고 먹기엔 남세스럽지만 가끔은 숨어서라도 먹고 싶은 군것의 중독성이다.
그런 기름진 육즙의 영화 몇이 극장에서 대기 중이다. 남들 안 보는 우아한 작품만 찾아다니는 이들도 허리띠 풀어 놓고 킥킥댈 만하다. 안면몰수, 죽자고 덤비는 이것들 앞에서 점잖은 체하려면 우람한 웃음보가 필요할 듯. 철모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늦여름,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게 도와주는 '쌈마이' 영화들을 소개한다.
■ 돌아왔다, 주성치!
저우성치(周星馳)라고 적어야 한다는 원칙에서 주성치는 예외일 듯하다. '유치'하고 '지저분'하며 '막돼먹은' 코미디를 숭배하는 이 남자에게 젠체하는 표기법이 무슨 소용이랴.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여전히 자본주의 사회의 루저들이고 스토리는 변기에서 막 건져낸 듯 질퍽한 과장을 뚝뚝 흘린다. 어쩌면 좋을까. 주성치는 거기다가 또 휴머니즘을 친친 감아놨다. 이놈의 '반듯함'은 질릴 듯 질리지도 않는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샤오디(서교)는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주성치)와 둘이 살아 간다. 쓰레기더미에서 주은 운동화를 신고도, 아버지의 극성으로 부잣집 아이들이 가는 사립학교에 다닌다.
'가난해도 거짓말하지 말고, 남과 싸우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면 존경받는다'라는, 주성치의 목소리는 결국 '아름답게' 결실을 맺는다. 헌데 특유의 유머는 좀 약해진 듯. 아참, 이건 SF영화다.(외계인 등장!) 21일 개봉. 전체관람가.
■ 엉덩이에 바지가 '씹힌' <슈퍼히어로>슈퍼히어로>
요건 작심하고 패러디다. 슈퍼맨, 액스맨, 판타스틱4, 배트맨 등등 온 동네 영웅들을 다 짜집기해 갖다 붙였다. 엑스맨 시리즈의 프로페서X는 전동 휠체어 대신 바퀴 달린 변기를 타고 등장하시고, 같은 시리즈의 올리버는 갈퀴 손톱으로 왁싱(제모)에 열중한다.
인비저블걸은 그녀의 '인비저블(invisible)'한 능력을 '썸씽'을 위해 사용하고, 옥상에서 고뇌하던 배트맨은 다리가 저리다며 일어나 가 버린다.
거기다 짝퉁 톰 크루즈와 스티븐 호킹과 달라이 라마가 등장하고, 패러디의 주 대상인 스파이더맨의 에피소드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튀어나온다. 우왕좌왕 슬랩스틱 코미디로 엮어가는 템포는 그럭저럭 괜찮으나 눈물을 짜내며 웃게 만드는 한 방이 아쉬운 영화.
이런 식의 패러디 코미디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일까. 군데군데 언어적 장벽(번역 과정에서의 생략과 건너뛰기)이 거슬린다. 능력 된다면 원어로 감상하시길. 21일 개봉. 12세 관람가.
■ 취중 코믹 로맨스 <당신이 잠든 사이에>당신이>
탁재훈에게서 건져낼 수 있는 진정성과 예지원에게서 짜낼 수 있는 신파. 14일 개봉한 이 코미디는 그 두 가지를 한 잔에 '만' 폭탄주 같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내심 칵테일이길 기대했겠지만 그 뒤끝은 분명 폭탄주에 가깝다.
풀린 눈으로 '먹고 죽자'고 달려드는, 쉰내 나기 시작하는 청춘들의 취중 진담. 뭐 어린 관객들이 봐도 상관 없겠지만 아무래도 30대 초중반 관객들에게 알싸하게 느껴질 맛이다.
서른둘의 싱글녀 유진(예지원). 가진 것 없고 직장에서도 쫓겨난, 우울증이 잔주름처럼 퍼지기 시작하는 인생이다. '원나잇'을 보내고 난 다음날, 카드값이 200만원이 넘게 나왔는데 도무지 '그 놈'이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자해공갈단의 수법으로 범인을 색출하는 찰나, 어린왕자 같았던 첫사랑이 그녀 앞에 나타난다. 지켜보는 철진(탁재훈)의 속은 타들어간다. 차라리 조금 더 노골적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영화. 15세 관람가.
유상호 기자 shy@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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