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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금 닿을듯 말듯… 또 빗나간 金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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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금 닿을듯 말듯… 또 빗나간 金화살

입력
2008.08.1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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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94. 태극궁사 박경모(33ㆍ인천계양구청)가 1점 앞선 가운데 화살은 딱 두 개 남았다. 상대의 11번째 화살이 9점에 꽂히자 박경모의 가슴은 뛰었다. 10점을 쏘면 2점차로 벌어져 금메달이 눈앞에 보이는 상황. 그러나 너무 긴장한 게 독이 됐다. 활을 쏘는 시간이 길어지더니 손 끝이 살짝 떨렸고, 화살은 9점과 8점의 경계에 박혔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발. 우크라이나 빅토르 루반의 마지막 화살은 10점을 맞췄고, 박경모의 화살은 9점에 꽂혔다. 남은 것은 9점과 8점의 경계선에 있는 화살의 점수. 만약 9점으로 확인될 경우 113-113, 동점이 돼 연장전으로 갈 수 있는 상황. 망원경으로 화살이 꽂힌 위치를 확인한 장영술 감독은 9점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과녁에 다가서 한 발의 화살을 검사한 심판은 8점으로 최종 선언했다. 112-113, 박경모의 1점차 패배였다.

한국 남자 양궁이 2008베이징올림픽에서도 개인전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박경모는 15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그린 양궁장에서 벌어진 결승에서 루반에게 1점차로 아쉽게 졌다. 우승후보로 꼽히던 세계 1위 임동현(22ㆍ한국체대)과 기대주 이창환(26ㆍ두산중공업)은 16강에서 각각 미국과 말레이시아 선수에게 무릎을 꿇었다.

하늘이 점지해줘야 목에 걸 수 있다는 올림픽 금메달. 박경모는 한숨을 쉬며 "하늘이 점 찍었다가… 마네요"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마지막에 두번째 쏜 화살이 선에서 0.001㎜도 안 떨어졌다"고 아쉬워 한 뒤 "효자였던 경모가 꼭 금메달을 따서 지난 6월에 돌아가신 아버님 산소에 가길 바랐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박경모는 지난해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부상으로 은퇴를 고민했다. 93세계선수권대회와 94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로 은퇴를 미뤘지만 끝내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박경모는 "은메달을 따서 좋다. 하지만 마지막 올림픽인데 금메달을 못 따서 서운하다"는 말로 은퇴를 시사했다.

한국 양궁은 베이징올림픽에 걸린 금메달 4개 가운데 2개를 수확했다. 여자대표팀과 남자대표팀은 단체전에서 각각 올림픽 6연패와 3연패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하지만 개인전에서는 박경모와 박성현이 은메달에 그쳤다. 특히 박성현이 결승전에서 중국 관중의 소음 방해에 시달린 게 아쉬웠다. 내심 금메달 3개를 목표로 삼았던 한국 양궁은 중국 텃세에 아쉬움을 곱씹었다.

태극궁사는 실력만 놓고 보면 세계 최강.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확인했듯 경쟁자와의 실력차가 백지장 한 장에 불과해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다. 한국 양궁은 베이징에서 박경모와 박성현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에이스를 발굴해야 한다는 숙제를 받았다.

● 男양궁 '올림픽 징크스' 언제까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올림픽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한국 남자 양궁은 세계 최강의 실력을 갖췄지만 올림픽 개인전과는 인연이 없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밥 먹듯 차지했던 한국은 유독 올림픽에서는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88서울올림픽에서 박성수가,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정재헌이 은메달을 따낸 게 역대 최고 성적. 2008베이징올림픽에서도 박경모가 은메달을 목에 거는데 그쳤다.

올림픽 라운드부터 90m, 70m, 60m까지. 각종 세계기록은 모두 한국선수가 세웠다. 세계기록을 세웠지만 올림픽에서는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박경모의 은메달이 92년 정재헌 이후 처음일 정도로 올림픽 징크스는 한국 양궁이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태극궁사는 올림픽 징크스를 깨기 위해 군부대 특수훈련과 가상 실전훈련까지 소화했다. 긴장감을 최소화시키면서 집중력을 최대화시켜야 한다고 판단해 심리훈련도 숱하게 치렀다. 여자 대표팀 문형철 감독은 갑상선 암 치료를 올림픽 뒤로 미룰 정도로 올림픽을 위해 모든 걸 희생했다.

한국이 양궁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내는데 그친 것은 96애틀랜타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박성현이 은메달에 그쳐 여자 개인전 7연패 달성에 실패하며 한국 양궁의 불패신화가 무너진 것은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1%의 변수까지 통제하고자 각종 특별 훈련을 해왔다. 야구장 소음 적응 훈련과 가상 실전 훈련은 해외에서도 소문났지만 올림픽과의 악연을 끊기에는 1% 부족했다.

베이징=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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