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도 않은 골프장을 만든다고 속여 실업급여를 타먹는 정도니..."
최근 덜미가 잡힌 실업급여 전문 브로커 전모(40)씨의 대담한 수법에 경찰은 혀를 찼다. 수법은 이랬다. 지난해 서울 인근에 '블랙CC 골프장'을 조성한다며 고용보험에 가입했는데, 이후 일용직 근로자 30여명이 해고된 것처럼 위장 신고해 1년 동안 1억여원의 실업급여를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실업급여만을 노린 일종의 '유령 실직'이었지만, 달랑 서류만으로 1년 가까이 당국을 속여왔다"며 "당국에서는 어떻게 기본적인 확인도 하지 않고 거액의 돈을 꾸준히 지급해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씁쓸해했다.
봉급생활자의 피땀이 담긴 고용보험기금이 당국의 허술한 관리로 줄줄 새고 있다. 실업급여를 노린 유령 회사와 유령 실직이 판을 치는데도 감독 관청은"인력 부족으로 감독이 어렵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경찰에 잇따라 적발된 실업급여 전문 브로커는 '구멍 뚫린 실업 급여'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브로커들의 수법은 단순했다. 유령회사를 차려 고용보험에 가입한 뒤 지역정보지 등을 통해 모집한 무직자들을 유령 직원으로 등록시켰다가 얼마 후 다시 해고한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다.
고용보험료의 경우 근로자와 사용자가 각각 급여의 0.45%만 납부하는 반면, 실업급여는 최장 240일까지 급여의 50%(최대 120만원)를 받을 수 있어 차익을 노린 위장 실직이 판치는 상황이다.
적발된 실업 급여 부정수급액도 벌써 200억원을 넘어섰다. 2005년 37억, 2006년 42억원에서 지난해 107억원으로 급증했고, 올들어 상반기에만 44억원이 적발됐다.
문제는 실제 사업장인지 확인해야할 노동부 관할 지방노동청이 달랑 서류 하나만 믿고 위장 실직자에게 지속적으로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4월 경찰에 붙잡힌 옥모씨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59곳의 회사를 설립한 것처럼 꾸민 뒤 324명이 퇴사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2,094차례에 걸쳐 14억 1,000만원의 실업급여를 타냈다. 지방노동청이 3년동안 거액의 실업급여를 사실상 눈감고 지급해왔다는 얘기다.
노동부가 뒤늦게 부정수급 전담반을 만드는 등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실제 실업급여 지급을 담당하는 지방노동청은 감독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위장 실직자에게 속수무책이다.
서울 남부지방노동청 관계자는 "해당업체를 방문해 실제 사업장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인원이 없어 제출된 서류만으로 수급 자격을 심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재웅 기자 ju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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