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름 가격이 두 배로 오르니 얼마나 시끄럽습니까. 앞으로 세계 자원 열강들의 횡포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과학자들입니다.”
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 황북기(46ㆍ여) 교수는 그래서 전국을 돌며 미래의 ‘군인’인 과학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방법은 전국의 초ㆍ중ㆍ고교를 돌며 벌이는 순회 강연. ‘찾아가는 한양대 이동 과학교실’, ‘화학교실’, ‘전자교실’에서 과학연극, 실험, 퀴즈대회 등을 통해 어려운 과학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해설하는 프로그램이다.
황 교수는 “언론을 통해 소개되는 최첨단 제품들이 실제로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과학 원리에서 탄생한 것인데도, 학생들은 자신들이 배운 것과 이 첨단 기술들을 별개로 여기고 있다”며 “과학기술에 점점 흥미를 잃어 이공계 진학률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이동 과학교실을 시작했다”고 했다.
쉬운 과학과 재미있는 과학에 목말라 있던 일선 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올해 80여 곳의 대상 학교를 선정하는데 1,300여 학교가 방문을 요청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흥부전’을 각색한 과학연극의 경우 놀부 부인이 흥부의 뺨을 때리다 안경을 구부러뜨리면 흥부가 헤어 드라이어로 안경을 다시 편다. 학생들의 환호가 터질 즈음, 형상 기억합금과 그 원리가 소개되는 식이다.
황 교수는 또 2006년 ‘화학의 해’를 맞아 서울, 부산 등 전국 5곳에서 고대, 근대, 현대의 화학세계를 둘러보고 미래의 화학을 내다볼 수 있는 ‘화학 테마관’을 운영했다. 1,200평 규모의 임시 과학관에 학생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황 교수는 “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과 이공계 기피 원인은 부족한 과학교육 인프라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그는 간단한 실험 키트를 제작하기 위해 청계천과 세운상가를 휘젓고 다니는가 하면 외국에서 기자재를 직접 수입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과학교육 지침에는 학교에서 배운 기초과학 원리를 이용해 일상 속의 첨단과학을 쉽게 설명하라는 대목이 있지만, 실험이 동반되지 않은 과학교육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더 많은 학생들이 이동 과학교실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은 14일 과학의 대중화와 저변 확대에 노력해온 황 교수를 ‘이달의 과학문화인상’ 8월 수상자로 선정했다.
글ㆍ사진 정민승 기자 msj@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