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명간 의료실비를 100% 지급해온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이하 '민영의보')의 보장축소 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그간 건강보험공단 부담분을 제외한 의료실비 전액을 보상하던 민영의보의 보장률을 70~8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늦어도 올 가을까지 발표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민영보험 활성화와 배치되는 반(反)시장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시민단체는 "공(公)보험의 보장확대 전제가 없다면 서민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시 불 붙기 시작한 민영의보 보장제한 논란의 핵심 쟁점과 각계 입장, 대안 등을 3회에 걸쳐 조망해본다.
공적 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은 치료비가 중ㆍ저가인 급여 항목 의료비의 약 60%를 보장한다. 반면 손해보험사가 판매하는 실손형 민영의보 상품은 급여 항목 중 나머지 40%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고가의 비급여 항목 치료비 등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않는 의료비 전부를 보장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민영의보 보장제한 방침이 현실화하면 민영의보가 그 동안 커버해주던 의료비의 20~30%는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예컨대 암 치료를 받은 실손형 민영의보 가입자에게 총 1억원의 의료비가 청구됐다면, 지금까지는 건강보험(약 60% 보장)과 민영의보(40%) 덕택에 비용 부담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민영의보 보장금액의 20~30% 정도인 최소한 1,000만원 이상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과 민영의보 보장축소 한도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하고, 가입자 피해와 업계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 손보사의 실손형 민영의보 가입자는 약 1,500만명, 2007년 보험금 지급액은 약 1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공백을 보완하고 있는 민영의보 보장범위를 축소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지부는 2006년 당시 유시민 장관 주도로 실손형 민영의보 상품 출시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악화'를 막는다는 취지였다. 실손형 민영의보 탓에 병원 이용이 잦아지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된다는 논리였다. 새 정부 입장도 비슷하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으려면 민영의보 보장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용역을 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내놓은 연구보고서는 복지부 주장과는 사뭇 다르다. 여기에 따르면 0~64세 인구 중 민영의보 가입자의 2년 평균 의료비용은 73만8,000원으로 비가입자(76만8,000원)보다 적었다. 민영의보에 가입했다고 해서 갑자기 의료이용을 늘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민영의보 가입이 의료이용을 늘려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복지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보험업계 간 고래 싸움에 서민건강만 곪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연대 유혜원 국장은 "영리를 추구하는 민영보험의 비중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공보험은 그냥 두고 민영보험 보장범위만 축소한다면 의료비 보장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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