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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억대 바둑판 소송'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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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억대 바둑판 소송' 진실은?

입력
2008.08.1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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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프로 기사 윤기현 9단과 한국기원 이사를 지낸 고(故) 김영성 씨 유족 간에 벌어지고 있는 '억대 바둑판 소송' 항소심에서 양측 증인들이 엇갈린 증언으로 맞서고 있다. 지금 바둑팬들의 눈은 진실을 가려줄 재판부에 쏠리고 있다.

14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김영성측 증인으로 출석한 백승이 부산시바둑협회 전무이사는 "김영성 이사가 평소 소장하고 있는 비자 바둑판에 대해 자랑은 많이 했지만 저녁 회식 자리나 망년회 등 어떤 자리에서도 바둑판을 누구에게 기증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고인이 소장한 '오청원반 세트'와 '세고에반 세트'를 여러 번 봤고 설명도 들어서 대단한 고가의 명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 관한 얘기가 있었다면 내가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다"고 증언했다.

한편 바둑알에 대해서는 " '오청원반 세트'의 바둑알은 흰돌의 경우 부분적으로 누른 빛이 있고 무늬가 일정했으며 크기가 컸다"며 "일반적인 바둑돌은 손가락으로 집어서 바둑판에 때리듯이 놓을 수 있고 옆 돌과의 간격도 충분히 생기지만 이 돌은 너무 커서 손가락으로 집는 방식은 엄두도 낼 수 없고 겨우 '손으로 들어서' 바둑판에 놓으면 옆 돌과 완전히 붙게 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흑돌도 같은 크기였다는 것이다. 백 이사는 "윤기현 9단에게서 (김영성씨 유족이) 돌려받은 바둑알을 본 적이 있는데 종전에 내가 보았던 '오청원반 세트'의 바둑알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며 "특히 흰돌의 경우 색깔과 무늬가 전혀 다르고 크기도 엄청 작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지난 7월17일 열린 1차 공판에서는 윤기현 9단 측 증인으로 부산시바둑협회 임원을 지낸 L모씨가 출정, 증언을 했다.

그는 "2003년 초겨울 무렵 김영성이사가 내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일본산 비자나무 바둑판 두 개 중 한 개를 윤기현국수에게 기증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며 "김이사는 부산시바둑협회 회식 자리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2번 정도 윤기현국수에게 바둑판을 기증하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2003년 12월경 4~5명이 모인 송년회 자리에서도 공개적으로 비자나무 바둑판을 윤국수에게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도 말했다.

양측 증인의 진술을 들은 뒤 재판부는 오는 26일을 조정 날자로 지정, 김영성씨 유족과 윤기현 9단 등 소송 당사자들이 직접 법정에 출두해 합의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 바둑판 소송 사건 전말은

한동안 바둑계에 떠들썩했던 '억대 바둑판 소송'의 전말은 이렇다.

한국기원 이사를 지낸 부산의 열성 바둑애호가 고(故) 김영성 씨는 2004년 6월께 간암으로 생명이 위독해지자 자신이 오랫동안 간직해 왔던 이른바 '오청원반 세트'와 '세고에반 세트'를 평소 절친한 사이였던 윤기현 9단에게 '건넸다' 그리고 한 달 뒤 김씨는 병세가 악화돼 사망했다.

'오청원반 세트'는 살아있는 기성으로 추앙 받는 오청원과 린하이펑이 서명한 비자나무바둑판과 바둑알, 바둑알통, 바둑알통 보관함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세고에반 세트'는 오청원과 조훈현의 스승인 일본의 고(故) 세고에 겐사쿠 9단과 일본 대신들의 공동 서명이 있어 매우 소장 가치가 높은 명품 바둑판이다. 양측의 다툼은 그 같은 명품이 그냥 증여된 것인지, 팔아 달라고 위탁된 것인지가 명백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다 2005년 7월께 '세고에반 세트'가 일본인에게 1천만엔에 팔렸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된 김씨 유족은 2006년11월 윤9단에게 매각대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윤9단은 "'세고에반 세트'는 김씨가 내게 준 것"이라며 '오청원반 세트'만 돌려 주었다.

이후 윤9단과 실랑이를 벌이던 김씨 가족들은 지난 해 6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부산지법 민사8부는 금년 4월 "김씨가 윤기현 9단에게 바둑판세트를 (증여한 게 아니라) 팔아 달라고 위임한 사실이 인정된다.

'세고에반 세트' 매각 대금 1천만엔(약 9천4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윤9단이 "사실과 다르다"며 항소했고 김씨 유족들은 그들대로 이번에는 "돌려 받은 '오청원반 세트'의 바둑알도 진품이 아니다"며 이 부분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

박영철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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