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23)가 연일 금메달 행진을 벌이는 동안 남모르게 눈물을 훔치는 이가 있다. 비운의 주인공은 '여자 펠프스' 케이티 호프(19).
호프에게 '여자 펠프스'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 만 15세의 나이로 출전했던 호프는 2005년 몬트리올 세계선수권과 2년 뒤 멜버른 세계선수권에서 200mㆍ400m 개인혼영과 800 계영을 거푸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개인혼영에서 그는 어느덧 적수를 찾을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가 됐고,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는 200m와 400m, 800m 자유형, 800m 계영에도 출전 신청을 하며 펠프스를 잇는 다관왕 탄생을 예고했다.
그러나 호프가 받아 든 성적표는 너무도 초라하다. 지난 10일 400m 개인혼영에서 라이벌 스테파니 라이스(호주ㆍ금)와 커스티 코벤트리(짐바브웨ㆍ은)에 밀리며 동메달에 그친 것은 호프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는 전조와도 같았다. 다음날인 11일 400m 자유형에서는 종전 세계기록 보유자인 이탈리아의 페데리카 펠레그리니를 제치고도 레베카 애드링턴(영국)에게 레이스 막판 역전패를 당하며 0.07초 차로 2위에 그쳤다.
이후 호프는 컨디션 난조에 빠지며 13일 열린 200m 자유형과 개인혼영에서 모두 4위로 밀렸다. 호프는 "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애써 웃었지만 주위의 시선은 싸늘하다. 200m 자유형에서 은메달을 따낸 슬로베니아의 사라 이사코비치는 "5개의 금메달에 무턱대고 도전하는 것보다는 주력 종목에 집중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호프의 과한 욕심을 비꼬았다.
호프는 14일 열린 800m 계영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나섰지만 호주와 중국에 밀리며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제 호프에게 남은 종목은 800m 자유형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미 지쳐버린 호프가 처음이자 마지막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욕심이 앞섰던 열아홉 소녀. 그에게 더 이상 '여자 펠프스'라는 별명은 어울리지 않게됐다.
베이징=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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