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주년 행사가 열린 15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숭례문 복원 공사현장이 일반에 공개됐다. 지난 2월11일 방화로 불에 타 무너진 뒤 15m 높이 가림막에 가려져 있던 숭례문이 6개월여만에 공개된 것이다.
문화재청 홈페이지(www.cha.go.kr) 등을 통해 예약한 시민 30명이 복원현장 입구에서 문화재 보호 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인 '한국의 재발견' 소속 궁궐지킴이 이옥화(55ㆍ여)씨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이씨가 "1398년 창건된 숭례문은 서울의 4대문 가운데 남쪽에 위치한 문입니다. 그런데 왜 정남향이 아닐까요"라고 물었다. 한 초등학생이 "남산 때문이에요"라고 정확히 대답하자 일행 모두 박수를 쳤다. 정남향은 남산쪽이지만, 당시 한양에 물자를 공급하는 마포나루 방향으로 길을 내기 위해 서쪽으로 틀어 지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숭례문의 역사와 19세기 후반에 찍은 사진들을 소개한 뒤 복원 공사 현장으로 안내했다. 현장으로 들어서자 일행 모두 눈이 놀라움과 안타까움으로 둥그레졌다.
현장 바닥은 밤새 내린 비로 진흙탕이 돼 있었다. 지붕에는 타다 남은 대와(큰 기와)가 군데군데 붙어 있었고, 복구 공사를 위해 설치한 철골 구조물이 겹겹이 숭례문을 에워 싸고 있었다.
서울 대모초교 김도연(12)양은 "그래도 다 타버린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며 "전에는 소중함을 못 느꼈는데 불에 타고 나니 더 많이 봐두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40분 관람 일정이 끝날 무렵 말없이 사진을 찍던 이윤상(75)씨가 "어릴 때 조부께서 숭례문이 내려 앉으면 대한민국이 망한다고 했는데, 사실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옥화씨는 "일제가 태평로를 내면서 주변 성곽을 허물고 땅을 돋워 숭례문을 짓눌렀습니다. 나라가 흉흉하면 그런 소문이 돌죠"라고 대답했다.
남대문시장에서 50년간 카메라를 팔아온 상인이라고 소개한 이씨는 "매일 보던 숭례문이 없으니 허전하기도 하고, 국보1호를 보려는 외국인 관광객도 줄어 착잡하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매년 광복절마다 숭례문 사진을 찍어온 서울 서강고 임수혁(17)군도 "2012년까지 250억원을 들여 복원한다고 하는데, 건물만 복원하는 게 아니라 문화재를 소중히 여기는 국민들의 마음까지 복원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날부터 2012년 복원 공사 완공 때까지 매주 토ㆍ일요일마다 하루 6회(매회 30명 선착순)씩 공개 관람을 시행할 계획이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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