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기록에는 관심이 없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게 유일한 목표다."
유세인 볼트(22)는 80m 지점을 통과하면서 좌우를 살폈다. 주위에 아무도 없자 볼트는 90m 지점을 지나며 왼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는 등 승리를 만끽했다. 전광판에 새겨진 기록은 9초68. 나중에 9초69로 정정됐지만 세계기록(9초72)을 경신했다.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는 "볼트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면 기록이 0.02초 가량 빠른 9초67 정도를 찍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볼트에게 세계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기록은 언제든지 세울 수 있다는 자신이 넘쳤기 때문. 그에게 필요한 건 올림픽 금메달이었고, 금메달이 확실하자 레이스를 마치기도 전에 세리머니를 펼쳤다.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에 모인 각국 취재진도 "볼트에게 세계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어차피 새로운 세계기록도 볼트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기에 조금씩 자주 기록을 세우는 게 몸값을 올리는데 낫다는 해석이었다. 언뜻 들으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지만 볼트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볼트는 주종목을 400m에서 200m로 바꾼 데 이어 지난해부터 100m에 도전했다. 400m에서 잘하기 위해 200m를 훈련했고, 200m를 위해 100m를 연습했다. 세계 정상에 먼저 오른 건 가장 늦게 시작한 100m였다. 볼트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100m에 이어 200m와 400m까지 석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키가 196㎝나 되는 볼트는 순간 가속도가 탁월하다. 200m와 400m를 뛰었던 선수답게 가속도를 유지하는 능력도 빼어나다.
베이징=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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