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금메달 포상금 500억'이라는 제목에 눈길이 갔다. 인도 형편에 500억원이라니…. 기사 첫머리를 읽다가 헛웃음이 나왔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인도에 사상 첫 개인종목 금메달을 안긴 사격 선수의 갑부 아버지가 짓고 있는 5성급 호텔을 아들에게 선물로 준다는 얘기다. 제목 장난질에 낚인 셈이다. 이런 선정적 기사에 잇대어 "우리 선수 금메달은 얼마?" 라고 해설을 덧붙였다. 권위 언론까지 올림픽 승전보에 '돈 방석' 얘기를 빼놓지 않는 곳은 개명한 나라 가운데는 아마도 우리뿐일 것이다.
■어쨌든 인도의 유일한 메달리스트 기사는 눈 여겨볼 대목이 있다. 그가 사는 지방 정부 등이 5억원 포상금을 내놓은 것은 인도가 1900년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이래 얻은 메달이 17개 뿐인데 비춰 그럴 만하다. 그 가운데 11개가 필드 하키에서 딴 것이다. 영국 식민지 역사에서 유래한 전통의 하키 강국 인도는 8차례 올림픽을 제패했다. 그러나 아테네 올림픽 때는 달랑 은메달 1개에 그쳤다. 그러니 금메달리스트를 '국민 영웅'으로 떠받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 덕분에 인도는 어제까지 국가별 메달 순위 21위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선정적 기사에 가려진 암울한 스포츠 현실을 진단한 글은 훨씬 흥미롭다. 홍콩 아시아 타임스의 논평은 중국에 버금가는 인구 대국 인도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초라한 실적에 머무는 현실을 분석했다. 인도는 이번 올림픽에 선수 57명을 내보냈다. 중국 639명, 미국 596명, 한국 267명에 비해 턱없이 적다. 기준기록 통과 등 자격을 갖춘 선수가 그만큼 드물다. 근원은 스포츠와 체육에 대한 사회 전체 인식이 낮은 것이다. 이 때문에 국력 신장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는 가장 열등한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인구 11억 인도의 체육 예산은 한해 3,000억원이 안 된다고 한다. 그것도 대부분 행정 비용이다. 공립학교의 절반은 운동장이 없고, 80%는 체육을 가르치지 않는다. 이런 여건에서 사격 금메달이 나온 것은 아버지가 개인 사격장 등 모든 지원을 해준 덕분이다. 이런 사정은 지구상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라는 인도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상징한다는 지적이다. 학교 체육이 후퇴하고 태릉 선수촌이 퇴락한 것에는 무심한 채 금메달 러시에 열광하는 국민과 '전체주의적 스포츠 열기'를 습관처럼 경계하는 이들이 함께 되짚어 볼 문제다. 고작 포상금에 주목하는 것은 얄팍하다.
강병태 수석 논설위원 btkang@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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