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손호철의 정치논평] '23% 대통령'의 예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손호철의 정치논평] '23% 대통령'의 예의

입력
2008.08.18 00:17
0 0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는 민심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었지만 지난 6개월은 이명박 정부가 부패한데다 무능하며 거기에다가 오만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 14일 이 난에 썼던 '부패에 무능이 겹쳐진 보수'라는 글의 요지이다. 나는 이 글에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 대통령이 거대 여당을 방패막이로 해서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해 설익고 무능한 자신의 정책들을 밀어붙여 위기를 돌파하려는 경우이다. 다시 말해, 부패하고 무능하고 오만하면서도 불도저 같은 것이다."

군사독재와 같은 '불도저' 공세

그렇다. 우려대로 '불도저 이명박'이 살아나고 있다. 역사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미국이 독도에 대한 표기를 바꾸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올 때만 해도 이제 이명박 정부는 정말 끝이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독도 표기가 복원되면서 독도 사태는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동한 것 같다.

게다가 촛불시위가 힘을 잃고 서울시 교육감선거에서 보수 후보가 승리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그 동안의 수세에서 벗어나 공세로 나서고 있다. KBS 등 방송과 인터넷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고, 건국 60주년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는 대대적인 극우적 공세를 시작할 조짐이다. 그 내용과 공세의 정도가 군사 독재 시절을 연상시킬 정도이다.

이를 바라보면서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조사기관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7월말에 충격적으로 16.5%까지 떨어졌다. 독도 표기 원상복구 등으로 최근 다소 높아졌다는 것이 기껏 23%대이다. 물론 역대 대통령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인기가 떨어졌다.

그러나 취임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국정 지지율이 10~20%대에 머물고 있는 것은 분명히 예외적이며 비상한 사태이다. 이는 국민 5명중 4명이 이 대통령의 국정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이 정도의 지지율이면 이미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사실상 이 대통령을 탄핵한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내가 법적으로 대통령이니 내 맘대로 한다"며 국정을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 뒤에는 근본적으로 대의제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내재해 있다. 촛불시위에 단골 메뉴로 등장했듯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리고 '모든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국민들이 주권을 매일 직접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대통령처럼 자신들이 뽑은 대표자에게 이를 위임해 이러한 대표자가 대신 행사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이같이 권력을 위임 받은 '맨데이트(mandate)'의 조건이다. 적합한 말이 없지만, 굳이 번역을 하자면 최고권력의 위임의 조건이라는 뜻의 '대명(大命)'의 조건이 무엇이냐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이론적으로 임기 중에는 모든 것이 위임된다는 위임론으로부터, 단지 국민의 뜻을 대표하라는 제한적인 대의 위임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이론적 논쟁을 넘어서 국민의 거의 80%가 국정운영을 지지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단지 자신의 임기라는 이유로 대명을 고집하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고 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사안도 대통령에게 위임된 권한이 아니니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당이 아니던가.

大命의 조건은 '합의형 리더십'

물론 임기가 보장된 이 대통령에게 지지율을 이유로 물러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국정 추진에 있어서 지금처럼 주권의 주인들의 민심에 귀를 닫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루어나가는 '합의형 리더십'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23% 지지율 대통령이 갖추어야 하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