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부상에 16년 만의 금빛 스매시는 물거품이 됐다. 테이핑 투혼까지 발휘했지만 만리장성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 배드민턴 여자복식의 간판 이경원(28)-이효정(27ㆍ이상 삼성전기) 조가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이 조는 15일 베이징 공업기술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복식 결승전에서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유양-두징(세계 3위) 조에 0-2(15-21 13-21)로 완패, 은메달에 그쳤다.
이로써 한국 여자복식은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황혜영-정소영 조가 첫 금메달을 따낸 이후 4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1996년 아테네대회 길영아-장혜옥 조에 이어 12년 만에 은메달을 수확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이 조는 지난 3월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전영오픈에서 유양-두징 조에 2-1 역전승을 거둔 바 있어 금메달에 대한 희망을 부풀렸지만 '기둥' 이경원이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고배를 마셨다.
이-이 조는 1세트 초반 5차례 동점을 거듭하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8-9로 뒤진 상황에서 이경원이 주심에게 타임을 요청한 후 왼 발목 통증을 호소했다. 이경원은 의료진으로부터 테이핑 치료를 받은 후 다시 경기에 나섰지만 흐름은 순식간에 중국 쪽으로 넘어갔다.
언니 이경원의 갑작스런 부상에 당황한 이효정은 흔들린 기색이 역력했고, 이경원도 발 놀림이 눈에 띄게 무뎌졌다. 유양-두징 조는 이 틈을 노려 거센 공세를 퍼부었고 스코어는 순식간에 8-13까지 벌어졌다. 결국 이-이 조는 1세트를 15-21로 내주고 말았다.
이경원은 1세트를 마친 후 발목에 테이핑을 덧대며 역전승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불태웠다. 2세트 들어 이-이 조는 경기 중반까지 10-7로 앞서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효정의 실수가 잇달아 나오며 11-12로 역전을 허용했다. 기세가 오른 유양-두징 조는 오성홍기를 흔들며 '짜~요(加油)'를 외치는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힘을 얻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이 조는 12-13에서 연거푸 7점을 내주며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다. 결국 13-20 매치 포인트에서 이효정의 리시브가 사이드 라인 밖에 떨어지며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 본 성한국(대교 감독) 본지 해설위원은 "역대 전적 4승5패에서도 알 수 있듯 충분히 해볼 만한 경기였는데 이경원의 부상으로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다"며 "특히 이효정의 수비 범위가 넓어지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게 결정적 패인이었다"고 분석했다.
한편 앞서 열린 남자단식 준결승에서도 기대를 모았던 이현일(28ㆍ김천시청)이 세계 2위인 리총웨이(말레이시아)에게 1-2(18-21 21-13 13-21)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남자복식의 이재진(25ㆍ밀양시청)-황지만(24ㆍ강남구청) 조도 준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3위인 중국의 푸하이펑-카이윤 조를 맞아 0-2(20-22 8-21)로 완패, 2004년 아테네대회의 금맥을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한국은 4개 종목에서 금메달 획득이 무산된 가운데 혼합복식의 이용대(20)-이효정(27ㆍ이상 삼성전기) 조가 16일 인도네시아 복식조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베이징=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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