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때문에 괴로워~."
한국 선수들의 금메달 행진으로 전국이 베이징 올림픽 열풍에 휩싸인 가운데, 때아닌 불똥이 튀어 속앓이를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올림픽 특수로 내수 및 유통업계는 함박웃음이지만 항공 및 여행업계는 오히려 울상이다. 중국 여행객이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14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올림픽 기간인 12~26일 중국행 항공권 예약률이 70%대 초반에 머물러 지난해 같은 기간(80%)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도 14~31일 중국행 예약률이 지난해보다 7%나 떨어졌다.
이는 베이징의 호텔과 음식값 등 체류비용이 평상시보다 3~5배나 뛰어 올랐기 때문. 더구나 중국이 보안 문제로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하고 현지 승용차 홀짝제로 여행객의 이동도 불편한 상황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 선수들의 선전으로 뒤늦게 베이징행을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에 30통 이상 걸려오지만 이런 상황을 알고 나면 다들 포기한다"면서 "실적은 없으면서 전화 문의에만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여름 극장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올림픽이 시작된 후 CGV나 롯데 등 멀티플렉스 극장의 관객수가 10~15% 가량 떨어졌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는 관객수가 늘었는데 이번 올림픽은 시차 없이 한낮과 초저녁에 경기가 중계돼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올림픽 불똥은 가정에도 튀고 있다. 박태환 선수를 비롯해 수영, 유도, 체조 등 남자 선수들의 빼어난 몸매에 10, 20대는 물론, 30, 40대 주부들까지 푹 빠져 배불뚝이 중년 남성들의 말 못할 고민이 늘고 있는 것.
서울 봉천동에 사는 송모(37)씨는 " 집사람이 경기를 보면서 '어쩜 저리 몸매가 좋냐'고 감탄하다가 이젠 대놓고 '몸 관리 좀 하라'고 눈총을 준다"며 "이번 기회에 헬스 클럽에 등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의 한 헬스클럽 관계자는 "이번 주 들어 등록 문의 전화가 2~3배 늘었다"며 "선수들의 몸매에 자극 받아 몸짱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생ㆍ대학생 자녀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열 아홉 나이에 세계 정상에 오른 박태환 선수 등을 보면서 "저 집 아들은 저리 장한데, 넌 뭐 하는 거냐"는 부모님의 구박 목록이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스포츠에 무관심한 사람들의 스트레스도 크다. 각종 모임에서 올림픽이 화제가 되면서 대화에 끼기 힘들어지고, TV도 종일 올림픽 중계만 해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다. 직장인 이모(28)씨는 "직장에서 대화를 나누다 올림픽 상황을 잘 모르면 은근히 구박을 받는다"며 "어서 올림픽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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