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변신하고 있다. 쇠고기 정국의 휘청거리던 모습을 털고 공세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15일 광복절 경축사가 그랬다. ‘제2의 취임식’에 비유될 정도로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내놓았다.
16일에는 국무위원들을 대동하고 북악산에 올라 전날의 새 출발 선언을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시작은 천천히 하는 것이며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 묵묵히 국정에 매진하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공세적 국정운영을 천명한 데는 정치적 상황분석에 따른 것이다.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어느 세력을 지지기반으로 할 것인지 등을 면밀히 계산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선택은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면 더 큰 후유증과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위험부담이 큰 정치적 승부수’라는 평이 나온다.
①‘집토끼부터 잡자’
청와대는 보수층부터 확실히 안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하다가 지지세력마저 등을 돌린 것이 위기의 주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도 보수세력이 강력히 요구하는 의제이기 때문이다.
청문회 없이 장관임명 강행, 촛불시위에 대한 엄정 대처, 경제인 특별사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보수로 한 클릭 더 이동, 기존 지지세력을 다져나가자는 전략이다.
여기엔 호남을 기반으로 집권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호남을 멀리하다 ‘지역적 소외’를 맛보았듯이, 보수의 지지로 집권한 이 대통령이 자칫 ‘이념적 고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배어있다.
②반대의견 감수
청와대는 그간 50%에 육박한 대선 득표율에 취해 있었다고 자성한다. 스타가 인기를 잃으면 그 충격이 큰 법. 국정지지도가 10%대로 떨어지자 정권 전체가 패닉상황에 빠졌다. 청와대부터 지지율 재상승에 매달리면서 정책은 표류했고, 정권의 철학과 원칙은 실종됐다.
청와대는 이제 기대를 낮췄다. 국정지지도는 한나라당 경선 이전인 35%대가 현실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안티 이명박’의 존재를 인정하되 더 이상 크게 무게를 두지 않겠다는 맥락이며 꼭 필요한 선택이라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KBS 정연주 사장의 해임 강행과 김중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차관의 대사 내정, 공기업 CEO에 측근들을 앉힌 일 등이 이에 해당한다.
③이상(理想)보다 현실
정치분야의 드라이브와는 달리 경제에서는 현실을 택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고성장을 주축으로 하는 ‘MB노믹스’가 조금 수정되는 듯 하다. 현실적으로 유가 폭등, 세계경기의 하강 등이 고성장을 고집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창한 이유다.
녹색성장이 당장 성과가 나오기 힘든 전략으로 이 대통령의 스타일과 상당히 달라 과연 지속적으로 이를 밀고 갈 수 있을지에는 의문도 따른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변신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법과 원칙’과 공세적 국정운영이 옳은 명분의 뒷받침 없이 권력의 강화만을 위해 사용될 경우 쇠고기 파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저항을 초래할 수도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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