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25ㆍ전북도청)은 마지막 화살을 10점에 명중시킨 후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문형철 감독에게 걸어갔다.
박성현은 6번의 올림픽에서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굳건히 지켜왔던 선배들의 전통이 자신의 손에서 끝났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문 감독은 박성현을 말없이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렇게 한 동안 제자를 위로하던 문 감독은 공식기자회견까지 모두 마친 후 대기실로 돌아가서야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 극심했던 심리적 부담
박성현이 결승전에서 기록한 점수는 109점. 16강에서 115점, 8강에서 112점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세계 최강의 궁사라는 사실을 무색케 하는 저조한 점수다. 박성현은 경기를 마친 직후 “내 자신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라며 “7연패를 이어가지 못해 선배님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결국 연속 우승 기록을 이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극심한 부담감으로 이어진 것.
그에 비해 ‘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 장주안주안이 4강전과 결승에서 보여준 집중력은 대단했다. 김수녕 MBC해설위원은 “박성현이 ‘선배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는데, 최강의 자리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극심했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 중국의 도를 넘은 소음 응원
이번 올림픽에서 개최국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텃세는 한계를 벗어나 비상식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 박성현이 활을 쏘는 순간마다 이어진 중국인들의 소음 공세에 대한 조직위 관계자들의 반응은 안일했다. 박성수(인천계양구청 코치ㆍ88서울올림픽금메달리스트) 본지 해설위원은 “박성현이 첫 발을 쏠 때부터 중국 응원단의 호각소리가 거슬렸다. 그 때문에 두 번째 발부터 실수를 했는데 그때부터 리듬이 완전히 깨져버렸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 중국의 손을 들어준 악천후
베이징 올림픽 그린양궁장은 사대 양쪽으로 관중석 스탠드가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나가는 구조. 사대는 물론 대부분의 관중석에도 지붕이 없어 비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 여자 개인전이 열린 14일은 하루종일 장대비가 쏟아졌고 기온도 급강하해 서늘한 기운을 느낄 정도였다.
이 같은 급격한 기후 변화는 상대적으로 홈에서 경기를 치른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장롱텡 신화통신 기자는 “중국 양궁 대표팀이 악천후, 특히 비에 대비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왔다”고 말했다. 김수녕 MBC해설위원 역시 “장주안주안이 이런 날씨 속에서 너무도 자신감 넘치게 올라와 10점을 연달아 쏴대니 나도 놀라울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베이징=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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