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4일 국회 원 구성 합의 도출에 또 실패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때문이다. 이날 협상 결렬로 18대 국회는 5월29일 임기 시작 이후 78일째 파행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고 향후 전망도 어둡다.
특히 15일 광복 63주년, 정부수립 60주년이라는 역사적 기점을 맞아 국회가 원 구성도 하지 못해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여야가 11일 원 구성 일정에 잠정 합의해 놓고 자신들이 한 약속도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최악의 협상력을 보여줘, 여야 원내지도부 모두 정치력 부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국회 주변에선 “베이징 올림픽에선 승전보로 국민들의 짜증을 날려주는데 국회는 국민들의 짜증만 더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회 파행의 책임이 있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이날 오후 수도권 한 골프장에서 버젓이 평일 골프를 친 것으로 밝혀져 빈축을 사고 있다. 정 대표는 취재진이 “국회 원구성 협상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시점인데 골프를 치느냐”고 따져 묻자 “오후부터 휴가고 협상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는 당초 여야 합의에 따르면 본회의가 열리기로 예정된 시간이어서 “민주당이 처음부터 협상에 뜻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온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 등 여야는 이날 오전부터 하루종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가축법개정특위 간사 등이 참여하는 연쇄 접촉을 가졌지만 결국 오후 4시께 서로를 비난하면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협상 결렬의 원인인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과 관련, 민주당은 ‘광우병(BSE) 발생국으로부터 5년 동안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를 법안에 명시하자는 주장을 내놓았고 한나라당은 “쇠고기 추가협상 내용을 무효화 하고 통상마찰을 일으키는 내용”이라고 반대했다.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다 한나라당은 개정된 가축법 내용을 향후 체결되는 쇠고기 협상에만 적용하는 부칙을 신설해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 협상 결과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을 내놓았으나, 민주당은 “어처구니 없고 국민을 속이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대,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협상장에서는 고성이 새 나오기도 했다.
협상 결렬 뒤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배제하고라도 11일 국회의장과 여야가 잠정 합의한 일정대로 원 구성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8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 명칭과 정수 등을 조정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19일에는 한나라당 몫으로 확정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해 원 구성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이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기일을 18일 낮 12시로 지정, 그때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법 개정안을 직권 상정할 방침을 시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야당을 무력화 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여야는 물론 18일까지 국회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원론적 방침을 밝히기는 했으나, 현 상황에선 쉽게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
정녹용 기자 김민영 인턴기자(서강대 신방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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