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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바둑 평론가 이광구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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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바둑 평론가 이광구 참관기

입력
2008.08.1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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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 지난 10일 스웨덴의 렉산드에서 제52회 '유럽 바둑 콩그레스'가 열렸다. 유럽 바둑인들의 최대 축제인 이번 대회에는 세계 40여국에서 1,000여명의 바둑매니아들이 참가, 바둑을 통해 승부와 우정을 다졌다. 한국에서는 오규철 노영하 김민희 등 프로기사와 아마추어 동호인 40여명이 참가했다. 바둑 평론가 이광구씨의 대회 참관기를 싣는다.

대회 명칭인 '콩그레스'의 번역이 조금 까다롭다. 통상 '전유럽 오픈 바둑선수권전'이라 부르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선수권전을 겸한 '바둑 큰 잔치', 여름 휴가 기간을 이용한 유럽 바둑인들의 대축제다.

대회가 열린 렉산드는 수도 스톡홀름의 서북쪽에 위치한 작은 시골 도시로 호수와 숲이 아름다운 여름 휴양지다.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최강자를 가리는 메인토너먼트지만 그 밖에 주말 토너먼트, 속기대회, 페어대회 등이 있다. 바둑 외에 틈틈이 관광, 운동 경기, 디스코 경연 같은 양념이 곁들여졌다.

올해는 메인 토너먼트 참가자만 707명. 가족 연인과 함께 온 사람이 많아 대회장은 1,000명이 넘는 사람들로 붐볐고 마을 전체에 바둑이 철철 넘쳐 흘렀다. 선수들은 7단이든 10급이든 모두 자기 바둑을 스스로 기록한다.

10급도 안 되는 하수들이 심각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30분씩 장고를 하고 자기가 둘 곳을 기보 용지에 적은 다음 바둑판에 돌을 놓는다. 신기한 광경이다.

시합이 끝나도 대개는 또 바둑이다. 빈 대국장에서, 복도에서, 식당에서, 카페에서, 바깥 잔디밭에서 점심을 먹거나 맥주를 마시며 바둑을 두고 복기를 하며, 동양에서 온 고수들을 찾아 다니며 한 판 지도를 청한다. 정말 이름 그대로 '바둑 천국'이다. 그 열정이 놀랍고, 또 부러웠다.

메인 토너먼트 진행 방식은 '맥마흔 시스템'을 따른다. 이 시스템은 스위스리그를 좀더 발전시킨 것으로 참가자를 기력에 따라 몇 개조로 나눠 대국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속한 조에서 성적이 좋으면 자동으로 상급조로 올라가고 성적이 나쁘면 하급조로 내려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급수를 속여서 참가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면서 저절로 참가자 전체의 순위가 매겨진다.

매우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해 보면 아주 재미있고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걸 실감한다. 진행 측이 골치 아플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모든 게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아주 간단하다. 우리도 반드시 도입해야 할 방식이다. 바둑 실력은 우리가 월등하지만 대회 운영은 저들이 고수다.

■ 우승컵 주인공은 박종욱 7단

메인 토너먼트는 한국의 독무대였다. 박종욱(7단)이 우승컵을 안았고 홍석의(7단)가 준우승, 김준상(4위) 홍슬기(5위) 김준엽(9위)이 10위권에 들었다. 모두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으로 20대 초, 중반의 강자들이다. 대만의 라이유쳉이 3위를 했고 루마니아 출신으로 일본기원 프로5단인 카탈린 타라누가 홍슬기와 함께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한국기원에서 프로 인허를 받은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디너쉬타인(샤샤)이 7위, 일리야 쉭쉰이 8위에 올랐다. 일리야는 샤샤와 함께 한국에서 프로가 된 스베틀라나 쉭쉬나(스베타)의 남동생이다.

유럽콩그레스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오픈 대회지만 유럽인이 아니면 우승을 해도 '유럽 챔피언'이 될 수 없다. '유럽 챔피언' 칭호는 유럽인 가운데 최상위 입상자에게 주어진다. 따라서 올해 '유럽 챔피언'의 영예는 카탈린 타라누에게 돌아 갔다.

한국은 지난 2003년 제47회 대회 이후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의 젊은 강자들을 앞세워 콩그레스를 매년 싹쓸이해 오고 있다. 한국 바둑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는 것이긴 한데 한편에선 "남의 잔치에 와서 분위기를 너무 깨는 게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조금씩 들리고 있다.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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