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가 17일로 81일을 지났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원구성 대치는 끝을 모른 채 이어지고 있다. “해도 너무 한다”는 비난이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 주에 ‘18일 낮12시’를 여야 합의 최종 시한으로 설정했다. 이 시간이 지나면 한나라당은 김 의장의 국회법 개정안 직권상정 등을 통해 단독 원구성을 강행하겠다고 입장이고, 민주당은 실력저지를 공언하고 있다. 자칫 여야가 국회 문도 제대로 열지 않고 싸움판부터 벌일 태세다.
막판 쟁점으로 부상한 가축법 개정 문제를 놓고 여야는 조금도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협상의 책임을 진 여야 지도부의 리더십이 형편없다.
협상력 부재, 취약한 당내기반과 무기력한 정치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야당을 껴안지 못하는 거대 여당 지도부나 시종일관 생떼 쓰듯 하는 야당 지도부 간 좌충우돌이 늦여름 무더위 속의 국민을 더욱 짜증나게 만들고 있다.
■ 靑신뢰 잃고 힘 잃은 홍준표"단독 원구성 강행"강경 선회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취임 초 당 안팎 인사들을 만날 때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여기와 얘기가 다 끝났다.” 엄지손가락은 곧 청와대를 의미한다. ‘여당 최고 실세’로 통하며 거침 없는 행보를 보여주던 홍 원내대표 자신감의 8할은 여기서 나왔대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 그의 위상은 말이 아니다. 원내대표의 고유 권한이라고 할 수 있는 상임위 배정에서조차 의원들이 치받아댄다. 새까만 초선 의원이 “전략 부재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할 정도다.
청와대와의 관계를 잘 풀어내지 못한 게 결정적이다. 세력없는 범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홍 원내대표로선 친이(親李) 주류의 지원을 업어야 한다.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어느 순간 청와대가 신뢰를 철회했고 그는 힘을 잃었다.
쇠고기 국정조사, 장관인사청문회 등에서 “야당에게 양보만 했다”고 찍힌 게 결정적이었다. 한 여당 관계자는 “홍 원내대표를 뽑으며 기대했던 전략을 대야 협상 과정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며 “대신 오버와 독단으로 일관, 불신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물론 청와대가 강경 드라이브를 걸면서 “대야 전략에서도 그런 쪽으로 가라는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홍 원내대표에게선 이전의 여유가 없다. 협상 테이블에서 강경쪽으로 돌아섰다. “거여(巨與)가 독주해선 정치가 안 된다”던 홍 대표는 요즘“더 이상 떼쓰는 민주당과 협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온탕 냉탕을 오가니 협상이 될 리 없다. 가축법이든, 총리 출석이든 현재 여당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홍 원내대표는 17일 사실상 단독 원 구성 강행을 선언하면서 “지금 줄 게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먼저 원 구성 해서 민생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을 테니 민주당은 밖에서 놀다가 지치면 들어오라.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원외 관리형 대표인 박희태 대표에게서 막힌 대야 관계를 풀어낼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야당을 끌어안을 리더십이 지금 여당엔 없다. 청와대의 강경 드라이브에 마냥 얹혀갈 수 밖에 없는 게 172석 거여 한나라당의 현재다.
■ 당 안팎으로 비난받는 원혜영최근 당 지지율 16% 사면초가
제1 야당인 민주당 지도부가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다. 안에선 원구성 협상의 전략부재로 인해 지도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고, 밖에선 국회 공전에 대한 야당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먼저 원구성 협상을 이끄는 원혜영 원내대표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려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전 KBS 사장을 해임했던 11일 한나라당과 원구성을 덜컥 합의했다가 당내 강경파의 반대로 백지화했다.
가뜩이나 대여 투쟁에 미온적이란 지적을 받아왔던 그는 이로 인해 심각한 내상을 입었고, 동시에 여당으로부터 합의를 져버렸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정세균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원구성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골프를 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휴가 내고 골프 친 것도 문제냐'는 반론도 있지만, 국회가 장기 공전해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이날의 원구성 협상에 쏠렸음을 감안하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여권의 위기였던 쇠고기 정국을 지나온 지금 민주당 지도부가 과연 손에 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달 27.3%을 기록, 한나라당(32.6%)을 쫓아가는듯 하더니 이내 떨어져 15~17% 사이에서 맴돌고 있다.
가장 최근인 12, 13일 양일간 실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선 지지율이 16.5%였다. 민주당은 촛불민심을 반영하겠다며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쇠고기 국정조사 등을 원구성 협상에 연계해 여당과 줄다리기를 벌여왔지만, 유권자들 눈에는 '그들만의 리그'로 비쳐진 痼甄?
실제 쇠고기 국조와 가축법 개정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어 민주당이 얻어낸 성과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당내에서조차 "법사위원장 빼고 얻은 게 뭐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회 파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결국 여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19일 단독 원구성' 정국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민주당 지도부 리더십의 향배를 좌우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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