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이상 자극할 필요는 없지 않나” “러시아가 과거에 한 일을 잊었는가”
유럽연합(EU)이 그루지야를 공격한 러시아에 대해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 소련 지배를 받았던 동유럽의 신생 회원국들이 러시아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서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에너지공급 등을 의식, 원만한 대러 관계를 희망하는 등 파열음을 내고 있다.
대러 강경책을 주장하는 국가는 과거 러시아 지배를 받았던 폴란드와 구 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 및 발트3국(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도 친서방 노선을 걸어온 5개국 정상은 12일 그루지야를 방문해 미하일 사카슈빌리 대통령에게 확고한 지지의사를 전했다.
레흐 카찬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러시아가 본색을 드러냈다. 과거 여러 나라를 침공했던 일을 생각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폴란드와 발트3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EU의 회원국이다. 이들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대러 지원과 비자면제 교섭을 중지할 것을 EU에 요구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EU 핵심국들의 생각은 다르다. 13일 열린 EU 외무장관 회담에서 이들 국가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러시아를 고립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란츠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반(反)러시아 정책은 EU 이익을 해친다”고 밝혔고, 프란츠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도 “냉전시대와 같은 고립정책을 바라지 않는다”며 지나친 반러 정서 확산을 경계했다.
그러나 동유럽 국가인 슬로베니아의 디미트리 루펠 외무장관은 “EU가 결속해서 러시아에 엄격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견해차를 드러냈다. 카친스키 대통령도 “그루지야 사태와 관련해 중립을 취하라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러시아가 과거에 어떤 짓을 했는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EU 내의 입장차를 EU 초기 멤버인 ‘올드유럽’(Old Europe)과 구 소련 붕괴 후 새로 가입한 ‘뉴유럽’(New Europe) 의 대립 양상으로 분석했다. 러시아에 점령당했던 뉴유럽 국가들은 그루지야 사태를 비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지만, 올드유럽 국가들은 대러 관계를 훼손할 만큼 이번 사태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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