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가장 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가 투수교체다. 잘하면 선수 덕이지만 못하면 감독 탓이다. 그래서 투수교체는 잘해야 본전이라고 한다.
13일 한국-미국의 경기는 투수교체 타이밍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한 판이었다. 한국은 3-1로 앞선 5회초 왼손 선발 봉중근이 1실점을 한 뒤에 잠수함 정대현으로 바꿨다. 봉중근이 1회부터 전력투구를 한 터라, 5회 들어 체력이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투수교체 타이밍이 한 박자 늦었던 것 같다.
6-4로 앞선 9회초 마무리로 한기주를 투입한 것은 더욱 아쉬웠다. 한기주는 분명히 좋은 직구를 갖고 있는 투수지만 변화구 능력이 떨어진다. 힘이 뛰어난 미국 타자들을 맞아 직구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한기주는 직구만 고집하다가 홈런 등 3안타를 맞고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반면 타자들은 대체로 제 몫을 다 해줬다. 이대호는 0-1로 뒤진 2회말 2점 홈런을 뿜으며 경기 흐름을 빼앗았다. 3-3 동점이 된 5회말에도 1사 후 고영민이 볼넷, 이종욱이 기습번트안타로 물꼬를 텄다. 실점 후 곧바로 점수를 얻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또 고영민 이종욱 이용규 등 빠른 주자들이 누상에서 보여준 기동력도 후한 점수를 받을 만했다.
천신만고 끝에 재역전하기는 했지만 한국은 투수교체 타이밍과 마무리투수 불안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남겼다. 곧 만나게 될 일본이나 쿠바는 미국보다 전력상 한 수 위인 팀들이다. 그들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반드시 두 가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전 KIAㆍ삼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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