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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점검 고속도로 휴게소/ <하> 주차장 점령한 '트럭 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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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점검 고속도로 휴게소/ <하> 주차장 점령한 '트럭 좌판'

입력
2008.08.14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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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죽전휴게소. 화장실과 음식점이 들어선 휴게소 건물 앞 주차장 한복판에 승용차 5대가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대형 천막이 쳐 있다. 안에서는 휴게소 어디서나 들릴 정도로 볼륨을 높인 트롯 음악이 흘러 나오고 있다.

천막 안으로 들어서자 대형 좌판에 차량용품, 등산장비, 가요ㆍ비디오 테이프 등이 즐비하다. 사려는 마음보다는 구경 삼아 들어온 여행객 10여명이 물건을 둘러 보고 있다.

이때 갑자기 뛰어 들어온 한 시민과 노점상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사흘 전 이 곳에서 손전등을 1만원에 샀다는 김모(41)씨가 "집에서 켜봤더니 5초도 안돼 꺼졌다"며 환불을 요구하자, 노점상은 "제품관리를 잘못한 책임"이라며 일축했다.

10여분 뒤에는 1주일 전 라디오를 샀다는 이모(55)씨가 나타났다. "주파수도 잘 안 잡히고 음질도 좋지 않다"고 항의하자, 40대 남성 2명이 그를 에워쌌다. "포장이 뜯겼네", "이런 걸 왜 바꾸려고 그래"라며 고함을 치자, 신변에 위협을 느낀 이씨가 황급히 자리를 떴다. 천막을 나온 이씨는 분을 삭이지 못한 듯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고 불평한 뒤 자신의 트럭에 올랐다.

노점상이 휴게소 주차장을 점령한 채 불법 영업을 하는 사례는 이곳만이 아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전국 고속도로의 149개 휴게소 대부분에서 휴게소마다 2~3개 노점상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이 취급하는 물품은 죽전휴게소처럼 겉만 번드레할 뿐 품질은 조악하고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일부 노점상은 노인들이 탄 관광버스만 골라 번호표를 나눠주며 특정 번호에 당첨되면 싸구려 제품을 공짜로 주는 것처럼 속여 물건을 팔고 있다.

불량품을 파는 것도 모자라 시민들을 협박하는 노점상의 불법 영업이 성행하는데도 이를 감시하고 관리할 책임이 있는 한국도로공사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도공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형식적인 현장 점검을 하는 것 이외의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유에 대해, 도공 관계자는 "노점상을 강제로 끌어낼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노점상들이 안 나가겠다고 버티면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휴게소에 입주한 한 상인은 "노점상을 경찰에 고발하면 될 텐데 그냥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들어 6월 말까지 도공이 노점상을 처벌해 달라고 경찰에 고발한 건수가 16건에 불과하다.

노점상이 법의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 보니, 노점상 권리를 사고 파는 일까지 생겨나고 있다. 손님이 많은 자리는 권리금이 5,000만원을 넘어서고, 조직폭력배가 개입하기도 한다. 지난달 중부내륙 고속도로가 지나는 경북 문경휴게소에서 이 지역 조폭이 기존 노점상을 내쫓은 뒤 5,000만원을 받고 자리를 팔아 넘긴 사건은 대표 사례다.

노점상의 불법 행위가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모든 노점상을 파렴치범으로 취급하는 '휴게소 괴담'마저 생겨날 날 정도다. 여름 휴가에 나선 운전자 사이에 나도는 이 괴담은 '좋은 물건 있다고 따라가면, 강도로 돌변한다', '차 뒤에 숨어 있다가 시동을 걸면 부상 당했다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노점상이 있다' 등이다.

택시기사 한모(45)씨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데도 휴게소 주변에 대한 당국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탈법행위가 자주 일어나고 괴담도 떠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윤재웅 기자 ju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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