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여름 휴가는 한 해를 보상받는 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일 년 내내 열심히 일하고 준비해서 떠난 여름 휴가가 후유증으로 얼룩진다면 한 해를 망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휴가는 준비만큼 마무리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3일 정도 지나면 생체리듬이 휴가 전의 상태로 돌아오고 1~2주면 완전히 회복된다. 하지만 증세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우울증이나 만성 피로 등으로 악화할 수도 있으므로 초기에 잡는 것이 중요하다. 휴가 후 누구나 겪는 휴가 후유증을 극복하고 건강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비결을 알아본다.
■ 극복해야 할 수면장애와 피로감
휴가가 끝난 뒤 일상생활로 복귀한 직장인들이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은 수면장애와 피로감이다. 무더위에 시달린데다가 휴가 기간 동안 불규칙한 기상시간과 음주 등으로 일상의 생체 리듬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서둘러 규칙적인 생활습관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선 출근하기 최소한 하루 전에는 집에서 충분히 휴식을 하고, 출근 전 날에는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휴가 후 몸을 원상태로 돌아오게 하려면 출근 후 일주일 정도는 술자리나 회식을 피하고 일찍 귀가해 휴식하면서 하루 7~8시간씩 충분히 잠을 자야 한다.
낮에 심한 피로가 느껴지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토막잠을 자는 것도 일의 능률을 높이는 한 방법이다. 또한 가벼운 목욕은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를 줄여 숙면에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물을 자주 마셔 수분을 보충하고 야채와 과일로 비타민을 섭취해 침체된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철분은 권태감과 무력감을 극복하는 작용을 하고 칼슘은 쾌적한 수면을 도와준다. 필요하다면 종합비타민제을 먹는 것도 좋다.
■ 물놀이 후 코ㆍ귀 건강 체크해야
휴가를 다녀온 뒤 갑자기 재채기, 콧물, 코 막힘 증상이 나타나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예민한 코 점막이 자극을 받으면 갑자기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에어컨을 튼 실내와 수영장이 있는 실외를 들락거리면서 온도차가 커져 코가 자극을 받는 것이다. 독한 소독약이 든 수영장 물이나 휴가철 오염된 바닷물도 비염의 원인이다.
이런 비염 증상을 감기로 오인해 방치하면 축농증으로 악화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감기 증상이 5일 정도 뒤에 악화하거나 10일 이상 계속되는 경우, 콧물 색이 누렇게 변하고 목으로 하얀 가래 대신 노란 가래가 넘어가는 경우, 축농증이 있다는 신호이므로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갑자기 귀에서 열이 심하게 나고 아프며, 고름이나 물이 나올 때에는 반드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요즘처럼 고온 다습한 때에는 세균 감염에 의한 외이도(外耳道)염이 빈번히 발생한다.
특히 물놀이 후 귀를 제대로 말리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된다. 그렇다고 귓속에 들어간 물을 빼낸다며 함부로 귀를 후비거나 청결하지 못한 면봉으로 닦는 것도 금물이다. 자칫 잘못하면 염증이 생겨 외이도염에 걸릴 위험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화끈거리는 피부, 진정이 관건
햇빛에 화상을 입으면 햇빛에 노출된 지 4~8시간 후 벌겋게 붓고 화끈거리는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해 24시간이 지나면 최고도에 달한다. 화상이 생긴 부위를 자꾸 긁으면 세균 감염에 의한 피부 염증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햇빛화상이 생기면 우선 화끈거리는 부위를 찬물이나 얼음으로 찜질을 한다. 차게 한 우유나 알로에, 오이 등으로 팩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피부를 진정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런 다음 보습과 영양으로 늘어난 멜라닌 색소와 건조한 각질층에 수분을 공급해 피부노화와 색소성 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물집이 잡히고 급성 염증이 생겼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 항생제를 투여하고 전문적인 화상치료로 환부가 덧나지 않게 해야 한다.
또한 피부를 자외선에 노출시키면 멜라닌 색소에 의해 검어지면서 기미와 주근깨가 생기게 마련이다. 여성은 생리가 불규칙적일 때, 스트레스 등으로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않을 때 색소 침착이 더 심해지는데, 문제는 한번 생긴 기미와 주근깨는 잘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미와 주근깨가 없애려면 자극적인 음식이나 술, 담배를 멀리하고 비타민C가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미백 제품을 사용할 때는 피부세포 활동이 활발한 밤 10시 이후 잠들기 전이 바르는 것이 가장 좋다. 또 미백 성분은 자외선에 약하므로 외출 시에는 자외선 차단제와 함께 바른다.
기미, 주근깨 등이 너무 심하다 싶으면 레이저 시술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미의 원인이 되는 멜라닌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C6레이저토닝과 같은 기미치료 시술에 플러스옐로우레이저를 이용한 혈관치료를 병행 시술하면, 치료효과를 높일 뿐 아니라 치료 후에 재발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땀과 피지 분비가 늘면 모공 확장 등의 증상뿐만 아니라 피부가 쉽게 지저분해지고 염증이 심해지면서 여드름이 악화할 수 있다. 이때 자신도 모르게 여드름에 손을 대면 2차 감염으로 인해 흉터가 생길 수 있다. 휴가지에서도 가급적 피부 청결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피지가 많은 지성 피부라면 적절한 각질 제거와 유분이 적은 제품을 이용해 딥클렌징을 해주는 게 좋다.
염증성 여드름이나 성인여드름이 심해질 때에는 피지선만 파괴하는 절연침 시술을 이용하면 반영구적인 여드름 치료와 모공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여기에 PDT 요법을 병행해 피지량을 줄여 주면 더욱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통 한 달 간격으로 2회 정도 시술한다.
■ 눈곱 끼는 결막염, 자가 치료는 금물
휴가 끝에 꼬리표처럼 붙는 가장 대표적인 질병은 급성 출혈성 결막염(아폴로 눈병)이다. 눈이 빨개지고 눈곱이 잔뜩 끼며 가려움증으로 심하게 눈을 비비면 아폴로 눈병일 가능성이 높다. 전염성이 대단히 강해 수건이나 세면도구를 같이 사용하거나 오염된 수영장의 물이 눈에 들어가면 쉽게 옮는다.
증상은 결막 충혈, 통증, 이물감 및 과다한 눈곱 등이며 임파선이 붓는 경우도 있다. 아폴로 눈병에 걸리면 되도록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하고 반드시 안과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보통 2차 감염 등 합병증이 없으면 1~3주 안에 회복되는데, 약국이나 자가 처방을 통해 마음대로 약을 구입해 치료하면 후유증이나 시력손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도움말=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하나이비인후과 정도광 원장, 목동 고운세상피부과 이남호 원장
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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