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KBS PD 이모(46ㆍ구속)씨가 거액의 도박빚을 갚기 위해 연예기획사로부터 무차별적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검찰과 연예계 등에 따르면 이씨는 2003년부터 강원랜드에 수백 차례 드나들며 17억원 이상을 잃자 적극적으로 기획사에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2004년 6월 모 연예기획사 사장 등 지인 명의로 3, 4개의 '금품수수용' 차명계좌를 만든 뒤 연예기획사인 S사 대표로부터 "소속 가수들을 출연시켜 인지도를 높여달라"는 청탁과 함께 1,550만원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영업'에 뛰어들었다.
같은 해 9월에는 자신이 연출한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여걸파이브'에 방송인 J씨 등을 출연시켜 주는 대가로 A사 사장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1억1,000만원을 받았다.
10월에는 "신인 가수 K가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H사 대표로부터 1,000만원을 받았고 한달 뒤 "K가 이 프로그램에서 신곡 2곡을 부르게 해주고 출연 시간도 앞쪽으로 배정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2005년 5, 6월에는 F사 대표로부터 소속 연예인들의 KBS 예능 프로그램 출연 및 뮤직비디오 방영 부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았다. 이씨가 이런 방식으로 끌어모은 돈은 모두 13차례에 걸쳐 2억2,050만원에 이른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이씨의 금품수수 액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씨는 차명계좌와 실명계좌에 각각 수억원과 수십억원의 돈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연예계 관계자들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씨는 2005년까지 KBS PD로 재직하면서 '비타민' '스타 골든벨'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이후 외주 제작사인 DSP엔터테인먼트로 옮겨 '경제 비타민' '날아라 슛돌이'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KBS에 공급했다. 한편 A사 대표는 이날 "이씨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은 것이며 대가성 금품을 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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