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12일 정신장애인의 상해보험 가입을 거부한 우정사업본부에 시정을 권고하자, 보험업계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인권위는 "정신 장애 또는 정신과 치료병력을 이유로 상해보험 가입을 거절한 것은 명백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입장이지만, 보험업계측은 "보험 관련 범죄로부터 정신장애인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인데, 인권위측이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권위는 3급 정신장애인 윤모(39)씨가 4월 "우체국에서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상해보험 가입을 거부했다"며 제기한 진정에 대해 이유있다고 판단, 이날 우정사업본부장에게 시정 권고 조치를 내렸다.
인권위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는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하거나, 배제 또는 거부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한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을 근거로 들었다. 이는 장차법을 인용한 인권위측의 첫 권고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우정사업본부장에게 진정인에 대한 보험청약 심사를 개시하고, 앞으로 유사한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심신상실, 심신박약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심사절차를 마련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진정 내용을 조사한 결과, 정신장애와 보험사고 발생 가능성의 상관관계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데도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 가입을 거절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한 보험업계측은 "현실을 모르는 결정"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A보험회사 관계자는 "정신장애인의 상해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이유는 이들을 이용해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관련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보험업계측은 관련 사례를 제시하면서 인권위 권고를 거부할 태세다. 지난해 3월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장모(53)씨를 6개 보험사의 상해보험에 가입시킨 뒤 뺑소니 사고로 위장해 5억4,000만원을 타내려던 서울 금천구 일대 보험사기단 일당 3명이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신장애인을 이용해 보험금을 타내려는 범죄가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법이 개정돼 정신장애인이 아무런 제지 없이 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관련 범죄는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측은 심신상실, 심신박약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심사절차를 마련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본부 관계자는 "의사 표현이 가능한 심신박약자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돼야만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정인에게 보험청약 심사를 개시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도 본부측은 "현행 상법상 가입을 허용할 수 없다"며 수용이 어렵다는 방침을 밝혔다.
허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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