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영계가 발칵 뒤집혔다.
아직 열 아홉살에 불과한 한국의 작은 청년 박태환이 남자 자유형 200m 은메달을 차지한 12일 오전. 베이징 내셔널아쿠아틱센터는 수영계 관계자들과 각국 취재진의 웅성거림으로 가득했다.
아시아인이 남자 자유형 200m 시상대에 우뚝 선 파급력은 박태환이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따냈던 10일보다 훨씬 더 컸다.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박태환을 향해 각국 외신기자들이 몰려 들었고, 한국 취재진은 세계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 공세를 받았다.
자유형 200m에서 6위를 차지한 도미니크 마익트리를 지도한 제랄드 모어랜드(이상 스위스) 코치는 “정말 놀랍다. 박태환의 200m 은메달은 400m 금메달보다 더욱 값진 성과”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모어랜드 코치는 “400m는 페이스 조절 등 경기 운영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200m는 오로지 힘으로 승부를 내는 종목”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실제로 지난 1900년 파리올림픽 때 치러진 후 세부 종목에서 제외됐다가 1968년 멕시코올림픽 때부터 재개된 남자 자유형 200m의 경우 아시아인이 메달을 따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만큼 남자 자유형 단거리 종목은 아시아인이 범접하기 힘든 벽과도 같았다.
경기를 지켜본 독일 유력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의 미카엘 호레니 기자는 “박태환은 이미 세계 수영계의 가장 큰 스타 중 한명”이라며 엄지손가락을 곧추 세웠다. 호레니 기자는 이어 “한국에서 단거리 메달이 나왔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펠프스를 제외하면 박태환이 수영계의 넘버원 스타”라고 말했다.
박태환은 이날 스타트 총성이 울리자 0.67초의 가장 빠른 반응 속도를 보이며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레이스 내내 2~3위권을 유지한 뒤, 마지막 50m에서 피터 반더케이(미국)와 열띤 2위 경쟁을 펼친 끝에 반더케이를 간발의 차이로 제쳤다. 박태환의 마지막 50m 랩타임은 26초17. 마이클 펠프스의 26초12에 불과 0.05초 뒤진 놀라운 스퍼트였다. 박태환의 이날 기록은 펠프스(1분42초96ㆍ세계신)에 1.89초 뒤진 1분44초85. 전날 준결선에서 세웠던 1분45초99의 아시아신기록을 하루 만에 1.14초나 앞당긴 호기록이었다.
펠프스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박태환의 마지막 50m 스퍼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노민상 수영대표팀 감독 역시 “신체적인 악조건을 극복하고 동양적인 파워로 이긴 건 금메달 이상의 값진 은메달”이라며 “동양의 반란이라고 부를 만하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서양인들의 전유물이었던 남자 자유형 단거리에서 중심에 우뚝 선 박태환. 세계 수영계를 뒤흔들며 ‘아시아의 반란’을 이끈 박태환은 잠시 휴식을 갖고 마지막 종목인 자유형 1,500m 도전에 나선다. 박태환은 15일 오후 1,500m 예선을 치르고 17일 오전 결선에서 세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베이징=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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