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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올림픽 때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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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올림픽 때 일어난 일

입력
2008.08.1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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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잘 하지는 못해도 경기 구경을 좋아했던 나는 1981년 9월 서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기뻤다. 신문에서나 보고 말로나 듣던 유명 선수들이 우리나라에서 기량을 겨루고 어쩌면 나도 그들이 뛰는 경기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곧 알게 됐다. 떳떳하지 못한 과정을 거쳐 권력을 잡은 정권의 정당성 확보와 치적 만들기의 성격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그 뒤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우리나라가 얼마나 강한 스포츠 열기에 휩싸였는지는 그때를 살아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운동 경기의 결과를 국력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어이없었고 선수들이 경기에서 승리한 뒤 가진 간단한 인터뷰에서 "대통령께 감사 드린다"는 말을 되풀이할 때 민망했다.

스포츠는 땀과 눈물을 쏟아내며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서 큰 감동을 준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누군가는 스포츠를 이용하고픈 욕망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은 스포츠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스포츠를 스포츠로 보지 않고 어떻게 든 이용하려는 게 문제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전후해서도 국내외에서 정치적 사건이 일어났다. 저 멀리 중앙아시아 흑해 부근의 그루지야에서는 전쟁이 발발했다. 남오세티아 문제를 둘러싸고 이미 몇 차례 갈등이 있던 터에 올림픽 개막을 계기로 전쟁이 터졌다. 이 지역의 역사, 민족구성, 천연자원, 외교관계 등을 생각할 때 그루지야, 남오세티아, 러시아 모두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이 곳은 현대사의 모순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었다.

서너 겹으로 뒤엉킨 복잡한 문제를 풀려면 그 해법 역시 복잡하고 신중해야 할 텐데 전쟁이라는 가장 단순한 방법을 선택했다. 앞 뒤를 가리지 못한 전쟁 때문에 이미 수천 명이 죽고 수만 명이 집을 떠나 피난 길에 들었다. 올림픽 개막식이, 무모하고 어이없는 이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올림픽 개막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정연주 KBS 사장의 해임이 그 중 하나다. 이미 감사원, 검찰, 국세청,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기관이 총동원돼 해임을 하나씩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의 남자 양궁팀이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달성하던 날 이명박 대통령은 "KBS가 이제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에 용감하게 서명했다.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있는지 없는지 법리적 다툼이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법률을 앞장서 준수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일이었지만 대통령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방송 장악 논란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출범 이후 몇 달 동안 치밀하게 진행된 정연주 사장 쫓아내기 작전은 이렇게 올림픽에 맞춰 마무리됐다. 쇠고기 협상 등으로 궁지에 몰렸다가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이제 이 기세를 몰아 특유의 밀어붙이기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나는 모욕을 당한 느낌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영역이 서로 엉켜 있기 때문에 스포츠는 스포츠이고 정치는 정치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축제가 돼야 할 올림픽을 이렇게 정치적 계기로 이용하는 게 안타깝다. 우리 국민은 올림픽을 즐기면서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똑똑히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박광희ㆍ국제부 차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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