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한 원로 과학자는 "참여정부 시절이 좋았다"고 했다. 과학기술부가 부총리 부처로 격상되고, 정부의 연구ㆍ개발(R&D) 예산은 두 배로 늘었으며, 청와대에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보좌관 자리도 생겼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록 과학기술부는 사라졌지만, 과학자들은 과학입국의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정부의 R&D 예산 중 기초원천연구 투자 비중을 현재 25%에서 2012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공약 때문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12일 확정한 과학기술기본계획 '577전략'은 과학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577전략은 2012년까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5%로 올리고 7대 R&D 분야의 집중 육성과 시스템혁신을 통해 과학기술 7대 강국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정부 R&D예산 66조5,000억원을 투자하며 기초원천분야 지원비율도 현행 25%에서 50%로 늘리겠다는 것이지만 세부를 들여다보면 일부 응용연구를 교묘히 기초원천연구 항목에 집어넣어 실제 기초원천연구 비중은 35%에 그친다.
기초원천연구는 대학 등이 장기 목표를 갖고 수행하는 연구로, 단기 수익을 목표로 하는 산업계의 응용ㆍ개발연구와는 구분된다.
교육과학기술부 담당자에게 50% 확대 공약이 35%로 축소된 이유를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응용연구 중에서도 기초적인 응용연구는 기초원천연구에 포함될 수 있다." 기초적인 응용연구는 응용연구가 아니라는 궤변인 셈이다. 과학계는 "기초원천연구 비중 50%를 지키려는 얄팍한 속임수"라고 분개하고 있다.
위의 원로 과학자는 새 정부의 과학계 홀대를 보며 천문학적 예산을 쏟았는데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우리 농업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기초원천연구 투자 대신 산업체를 직접 지원하겠다는 발상이 농업기술 개발 대신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한 행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당국은 선진국들이 왜 기초원천연구를 중시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정민승 경제부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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