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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그루지야 공격 5일만에 군사작전 종료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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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그루지야 공격 5일만에 군사작전 종료 선언

입력
2008.08.13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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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그루지야 공격 5일만에 수도 트빌리시 인근 도시 고리를 비롯한 주요 거점과 군 기지를 점령하고 군사 작전의 종료를 선언, 그루지야 사태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러시아는 그루지아 철군의 대가로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의 퇴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국가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금지 ▧남오세티아에서의 러시아 영향력 유지 등을 서방세계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 러시아, 군사작전 종료 선언

12일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결과가 모두 달성됐기 때문에 그루지야 전역에 평화를 이루기 위한 군사작전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남오세티아와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안전이 회복됐다"며 "침략자를 응징했고 상당한 손실을 입혔다"고 덧붙였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군사작전 종료 발표는 러시아군이 그루지야 전역을 사실상 장악한 직후 나온 것이다.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이날 "작전이 종료됐다고 했지만 러시아 전투기가 남오세티야 외곽 몇 개 마을을 폭격했다"며 러시아가 군사작전을 중단했다는 증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AP통신은 "러시아군이 주그디디, 세나키, 포치 등 흑해 연안의 도시를 점령하거나 공격한 데 이어 고리를 장악함으로써 그루지야 전역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그루지야 군이 저항하면 곧바로 제압하도록 지시해 포성이 멈추려면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영국 석유회사 BP는 지난 주 바쿠-트빌리시-세이한(BTC)을 연결하는 송유관을 폐쇄한 데 이어 12일 그루지야를 관통하는 남카프카스 송유관과 바쿠-수프사 송유관도 잠정 폐쇄했다.

러시아의 군사작전 종료 선언은 그루지야에서의 압도적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서방 세계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친미 성향의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그루지야 지도부를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언급, 친미 그루지야 정권의 교체를 바라고 있음을 내비쳤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군사행동에 반발해 러시아 주도의 독립국가연합(CIS)을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동유럽 국가들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움직임에도 쐐기를 박을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러시아의 공격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국가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저지하려는 시도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그루지야 군대가 남오세티아에서 전면 철수해야 한다"고 언급해 남오세티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향도 드러냈다

▦ 무기력한 국제사회

부시 대통령은 11일 특별 성명을 발표, "러시아는 이웃 주권국가를 침공하고 국민에 의해 선출된 민주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며 "그루지야 사태가 잔인성을 더해가고 있으며, 러시아의 행동은 21세기에 용납될 수 없다"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잘마이 칼릴자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군사작전 종료는 긍정적인 것이지만 그루지야에 투입된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NATO도 12일 긴급 고위급 회의를 열고 "러시아가 과도하게 무력을 사용한 만큼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군사작전 종료만으론 충분치 않다"며 러시아군의 완전 철군을 요청했다. NATO는 또 그루지야는 여전히 나토 가입 후보 국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경한 어조로 러시아를 비난한 부시 대통령 등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를 러시아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의 후속 조치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입증하듯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미치광이(사카슈빌리)는 피 냄새를 맡으면 통제하기 어렵다"며 "휴전 약속을 지켰다는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EU 의장국 자격으로 12일 모스크바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만나 EU의 평화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지만 러시아측은 전날 이 방안의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두 정상은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야의 지위에 관한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발표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남오세티아 등에 EU가 평화유지군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미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러시아가 국제 원유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과 유럽이 그루지야 사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거의 없다"며 "그루지야의 운명은 러시아 지도자의 의중에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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