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형, 동생으로 부를 정도로 친하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만나면 원수가 따로 없다.
한국 사격을 대표하는 진종오(29)와 북한 최고의 총잡이 김정수(31). 이들은 수년간 각종 국제대회에서 서로 자웅을 겨뤘다. 특히 올림픽에서 맺은 인연은 각별하다. 2004아테네올림픽 권총 50m 은메달과 동메달. 2008베이징올림픽 공기권총 10m 은메달과 동메달. 권총 50m 금메달과 은메달. 올림픽에서만 무려 세 번이나 메달을 나눠 가졌다.
진종오는 항상 김정수보다 한 단계 높은 자리에 섰다. 아테네에서 은메달, 베이징에서는 은메달에 이어 금메달을 차지했다. 우연의 일치였지만 김정수는 진종오 때문에 은메달과 금메달을 놓쳤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김정수에게 진종오는 올림픽에서만큼은 눈엣가시였다.
12일 베이징올림픽 사격관 기자회견장. 이들의 친분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정수형, 형이 먼저 이야기해!" 진종오가 귓속말을 건네자 김정수는 딴청을 부렸다. "니가 먼저 하라우." 진종오는 "정수형이랑 친하고 함께 메달을 따서 기쁩니다. 정수형 실력이 뛰어난데 제가 운이 좋아서 금메달을 땄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정수는 "고저 저 자체도 오늘 메달을 따서"라고 말한 뒤 잠시 말문이 막혔다.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이 무척 큰 탓인지 표정이 어두웠다. "체육인으로서 금메달을 따내는 게 목표이자 포부가 아니겠습니까? 악을 먹고(쓰고) 이기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꼭 금메달을 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 미국 기자는 이들에게 "런던올림픽에서는 남북이 공동 입장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진종오와 김정수는 "그건 정부가 할 일이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고 대답했다.
베이징=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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