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테네 올림픽 방송 시청은 졸음과의 싸움이었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직장 상사의 시선을 피하는 눈치 작전이 더 중요해졌어요."
박태환 선수가 출전한 수영 자유형 200m 준결승전이 열린 11일 오전 서울 도심의 한 사무실. TV는 꺼져 있지만 직원들의 눈과 귀는 DMB 기능이 있는 휴대폰이나 인터넷 생중계가 진행되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에 쏠렸다. 박 선수의 결승 진출에 조용하던 사무실 여기저기서 작은 환호성이 터졌지만, 간부들도 모른 체 눈감아 준다.
올림픽 경기 시청 패턴의 변화가 베이징 올림픽 열기를 더 뜨겁게 만들고 있다.
시차가 1시간에 불과한 덕분에 '밤샘 시청'을 해야 하는 고생은 없어졌지만 주요 경기 중계가 업무시간과 겹치는 직장인들은 '눈치껏' 봐야 하는 부담이 크다. 하지만 휴대폰 DMB 중계, 인터넷 생중계 등 IT기술 덕분에 '몰래 관전'은 훨씬 수월해졌다.
직장인 김모(22)씨는 "업무시간에는 TV를 켤 수 없지만 컴퓨터 창에 실시간 중계창을 띄워놓거나 휴대폰 DMB를 보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28)씨는 "회사도 엄격하게 막지는 않아 요령껏 알아서 보는 분위기"라며 "시차가 1시간밖에 안돼 2004년 때보다 한결 낫다"고 말했다.
일부 회사들은 아예 TV를 켜놓고 단체관람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기중계 사이트 접속을 차단시킨 회사도 있어 직장인들 사이에선 희비가 갈리기도 한다.
자영업자들은 한참 장사를 해야 할 시간에 주요 경기가 열려 몸도 마음도 더 바빠졌다. 남대문 시장의 한 상인은 "한참 우리 선수의 유도 경기를 보고 있는데 손님들이 몰려 손님 맞으랴 경기 보랴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생 '올빼미족'들은 올림픽 경기 시청을 위해 올빼미 생활 청산에 나섰다. 대학생 이모(23)씨는 "방학이라 보통 점심시간 이후에나 일어났는데 올림픽 개막 이후 오전 9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낮 시간에 문화센터 등에서 운동을 할 때 헬스기구 앞 모니터를 '드라마'에 맞췄던 주부들도 요즘에는 대부분 올림픽 경기중계에 채널을 고정시키고 있다. 주부 박모(40)씨는 "요즘엔 연예인들보다는 박태환, 최민호 등 우리 선수들 이야기가 엄마들 대화 소재가 됐다"고 말했다.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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