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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감독 류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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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감독 류승완

입력
2008.08.1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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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무반이었다. 전투모에 개구리마크까지 달고 제대할 날만 손꼽던 말년, 웬 녀석이 "죽이는 것"이라며 CD를 한 장 습득해 왔다. 분대원 일동, 육덕이 흐벅진 '명랑물'을 기대하며 전진무의탁 감상 자세를 취했다.

최신예 486컴퓨터를 부팅시키고 두근두근 플레이 온. 근데, 이건 대체 뭐야! 다찌마와리? 그토록 호쾌하게 웃었던 적이 인생에 또 있었을까. 길고 길었던(?) 군생활의 트라우마를 한방에 날리는 짜릿함이었다.

다찌마와리는, 그리고 류승완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머릿속에 박혔다. 8년의 시간이 흐르고 그 류승완(36) 감독과 인터뷰를 한답시고 마주앉았다. 그가 다시 불러낸 다찌마와리는,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라는, 박력 만점의 부제를 달고 있었다.

- 다찌마와리를 8년 만에 다시 호출한 이유는.

"대단한 이유 없다. 하나 분명한 것은 8년 전 그 현장이, 그때 참여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 너무도 생생한 즐거움으로 남아 있었다는 것. 제대로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다. 다른 작업 하다가도 좀 엉뚱한 상황을 보면, '저거 다찌마와리스럽게 하면 골 때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어쩌면 내가 만들어 놓은 프랑켄슈타인인지도 모르겠고."

- "새롭지 않으면 시작도 안 했다"고 했는데 그 기대치를 채웠다고 보는가.

"글쎄. 강박감까지는 아니었고… 분명한 건 8년 전, PC방에서건 내무반에서건 열광한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했다. 문어체 대사 등에서 느껴지는 표면적인 재미는 30~40분이 한계다.

그래서 첩보물, 액션물의 장르적 요소에 공을 들였다. '바람직한 관람태도'를 말씀드리면 절반은 골 때리는 형식에서, 나머지 절반은 장르영화의 내러티브에서 재미를 찾으시라는 거다."

시치미 뚝 떼고 초반 질문을 좀 거칠게 몰았다. 너무도 기발하고 독특해 하나의 전설로 남은 다찌마와리. 30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확장공사'를 했다는 얘길 들었을 때,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원작의 신선도를 죽인 채 그렇고 그런 코미디로 전락해 버리는 작품 리스트에 다찌마와리도 들어가면 어쩌나. 관객의 판단이 남아 있지만, 류 감독은 꽤 자신이 있어 보였다.

'폭풍 같은 액션'에 '몸살 나는 로맨스'를 섞은 이 '쾌남 스파이의 잘빠진 첩보 액션물'은 14일 개봉한다. 능청이 진해졌고 배우들 입성도 예전보다 맵시 난다. 열두 살 이상만 보러 오시라. 이어지는 문답은 감독에 대해 진짜 궁금했던 것들.

- 감독의 영화 속 액션을 곰곰 들여다보면, 리얼리티보다는 '액션을 한다'는 소년적 감수성이 묻어난다. 중학교 2학년때까지 열광하는, 왠지 '홍콩스러운' 그런 액션에 대한 로망이랄까.

"굳이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라면 하겠어. 나도 영화잡지 봤다면 봤고. 잘난 체하자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그게 필요할까. 다음 영화로 보여주면 되지. 음… 이게 '액션 왜 하냐'는 질문에 대한 준비된 대답인데….

'소년적 액션'이라… 새로운 질문이네. 글쎄, 연애를 하는데 '그 사람이 왜 좋으세요'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이 있을까. 말로 안 되잖아. 그걸로 대답이 될까. 하하, 오늘 이상하게 말이 꼬이네."

- 장르영화를 통해 보여주려는 감독의 내면은 무엇인가. 투박한 액션신에서 '몸에 대한, 절차에 대한 진정성'을 읽어내기도 하는데.

"현실의 아픈 생채기를 그대로 들여내는 영화가 있는 반면, 불가능한 로망을 실현하는 영화도 있잖아. 이를테면 달콤한 독약 같다고 할까. 말도 안 되는 판타지로 현실에서 결코 이뤄질 수 없는 것들을 물리쳐버리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근데 나 자신을 포장하는 게 서툴러 내 취향이 그대로 드러나버리는 측면은 분명 있다. 영화 만드는 일에 좀 더 원숙해 진다면, 그런 것을 감추면서도 시원스럽게 영화를 만들 수 있을텐데."

- 내러티브나 상황 등 영화의 전체적 뼈대를 세우는 일보다, 캐릭터를 만지는 능력이 뛰어난 편인 것 같다. 감독의 영화 속 인물들은 사람 냄새를 풍긴달까.

"그렇게 봤다면 굉장한 칭찬인데…. 내가 가장 많이 고민하고 연구하는 지점이 '사람'이다. 영화 속 임무를 수행하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총체적인 진짜 사람, 그런 사람을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순간이 내가 좋은 영화를 만드는 순간일 것이다.

인위적 인물 설정이 사라지고 배우들이 한 편의 영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사람으로 보이는, 그런 경지에 도달하고픈 야심이 있다. 그런 사람이 장르적 특성에 탁 도착해 의외성을 가진 행동을 하고… 그런 영화, 정말 멋질 것 같지 않나?"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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