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가 온통 금메달에 쏠릴 때 한 사이클 선수는 이를 악물고 자신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7시간이 넘는 힘겨운 싸움 끝에 얻은 성적은 '완주'라는 두 글자. 번쩍이는 메달은 아니었지만 금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희망이었다.
한국 도로 사이클의 간판 박성백(24ㆍ서울시청)이 개인 첫 올림픽 출전에서 245.4㎞ 완주에 성공했다. 박성백은 9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을 출발해 만리장성을 도는 쥐융관 구간에서 열린 사이클 남자 개인도로 경기에서 7시간3분4초를 기록했다. 전체 88위로 꼴찌에서 세 번째에 그쳤지만 당초 완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깬 소기의 성과다.
한국 대표팀이 남자 개인도로 경기에 출전하기는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20년 만. 박성백은 '지옥의 레이스'에서 살아 남으며 오랫동안 그늘에 가려져 있던 한국 도로 사이클에 한 줄기 빛을 선사한 셈이다.
박성백은 이날 톈안먼 광장-만리장성 코스를 7차례 도는 레이스에서 3바퀴째까지는 선두 그룹에서 달렸다. 하지만 유럽 선수들에게 잇따라 추월을 허용하면서 4바퀴째부터 뒤처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외롭고 지루한 질주가 계속되면서 박성백은 완주와 포기의 기로에 섰다.
남자 사이클에서 유일하게 태극마크를 달고 베이징에 입성한 박성백의 선택은 전자였다. 박성백은 70㎞ 가량을 혼자 달린 끝에 선두 사무엘 산체스(스페인)가 결승 테이프를 끊은 지 40분 만에 완주의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후 박성백은 "7시간 동안 경주를 벌이기는 태어나서 처음이다. 마지막 바퀴는 어떻게 돌았는지 기억도 안 난다"며 "4번째 바퀴에서 나를 두고 모두 떠나갈 때는 정말 절망적이었다"고 말했다.
박성백은 이어 "완주를 해 너무 기쁘지만 세계 수준과의 큰 차이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단점들을 보완해 다시 경주에 나가고 싶다"고 의욕을 다졌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