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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 대통령과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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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 대통령과 골프

입력
2008.08.1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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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대 대통령 중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는 최고의 골프광으로 꼽힌다. 재임 8년간 800번 가량 라운딩했으며, 백악관 집무실 나무바닥에 수천 개 스파이크 자국을 남겼다. 그는 베개에서 머리가 떨어지자마자 손목과 팔의 준비 운동 후 피칭 웨지로 스윙 연습을 했다.

비서에게 편지를 구술하면서도 가끔 8번 아이언으로 스윙했다. 주치의 하워드 스나이더는 “대통령이 골프를 치지 못한다면 나는 미치광이를 돌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퍼팅이 잘 안되고, 슬라이스가 난 날은 화를 내기 일쑤였다. 참모들은 대통령이 골프를 잘 치기를 기원했다.

▦ 케네디는 ‘몰래 골프’를 즐겼다. 제한된 경호원과 파트너 한 사람 정도와 많이 했다. 첫 홀이 아닌 7번이나 8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대개 15번, 16번홀에서 경기를 마쳤다. 망원 렌즈로 무장한 사진기자들과 회원들로 붐비는 클럽하우스에서 가까운 1번, 18번홀은 피했다. 전임 아이젠하워가 골프중독자로 비판 받은 점을 감안해 노출을 꺼린 것이다. 케네디는 복잡한 내기방식-홀 승자, 드라이브 거리, 그린에 첫 번째 올리기, 핀에 가까이 붙이기, 홀을 첫 번째로 끝내기-으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는 ‘사기성 골프’로 경기 대부분을 이겼다.

▦ 골프는 미국 대통령들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었다. 1908년 취임한 윌리엄 태프트에서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100여년 간 17명의 대통령 중 14명이 골프를 쳤다. 이들 중 상당수가 평일 라운딩도 강행하는 골프애호가여서 국정을 소홀히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빌 클린턴은 멀리건을 마음껏 쓰고, 반복 샷을 수없이 하는, 그만의 특허인 ‘빌리건(빌+멀리건)’을 남용하고도 79타를 친 적이 있다고 허풍 떨었다. 엉터리 티샷으로 많은 사람을 맞혔던 포드는 “점수를 적을 때 타수를 적지 않고 부상자 수를 세어보는 게 특기”라는 말을 들었다.

▦ 최근 서울을 찾아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골프 백과 퍼터를 선물한 부시 대통령은 핸디캡 15의 골프 애호가였지만 테러와의 전쟁 이후 중단했다. 이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까지 싱글패를 받을 정도의 수준급 골퍼였지만 청와대 입성 후 클럽을 놓았다. 대통령이 골프 치는 것에 대해 미국처럼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하필 골프 백을 선물한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다. 라운딩이 쉽지 않은 이 대통령의 처지를 감안하면 미국문화를 상징하는 선물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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