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가 몰고 온 경기침체 물결이 미국을 넘어 유럽과 일본경제까지 강타하고 있다. 세계경제를 지탱하는 3대축이 모두 흔들리게 된 상황이다. 선진국 경제의 동반침체, 글로벌 경제의 전면적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10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고유가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부실 파장에도 불구, 상대적으로 안정성장을 이어왔던 유럽경제가 2분기부터 급격히 악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1993년 이래 가장 낮은 –29.7까지 추락했다. 향후 12개월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기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이 지수는 마이너스일수록 장래경기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경기악화는 유로존 경제를 이끄는 독일쪽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독일의 6월 산업수주는 전월대비 2.9%, 전년동월대비 8.4%나 급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14분기 연속 플러스행진을 끝내고 2분기엔 –1%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10년 장기불황의 터널을 겨우 빠져 나온 일본도 ‘더블 딥(경기상승 후 재하강)’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일본정부는 지난 7일 발표한 월간경제보고서에서 5년 만에 ‘경기회복’이란 표현을 삭제하고, 2001년4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악화’란 표현을 썼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코노미스트 25명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일본경제의 2분기 성장률이 -2.3%(연율 환산)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근 미국 달러화가 상대적 강세로 전환된 것은 유럽과 일본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 주말 국제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한 달러환율은 유로당 1.5005달러에 거래돼 일주일새 달러가치는 3.6%나 상승했다. 달러화는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8일 110.21엔에 거래되며 한 주간 2.3% 상승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동안 미국의 주택시장과 금융위기를 주목했던 외환거래자들이 이제 유럽 경제의 약화와 일본의 경기침체 우려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경제가 이미 침체국면에 다다른 상황에서, 유럽ㆍ일본까지 동반 부진의 늪에 빠질 경우 세계경제는 성장축이 모두 무너지는 셈이다. 중국 인도 남미 등 신흥경제권이 비교적 선전하고 있지만, 이들만으로 글로벌 경제회복을 견인할 수 없다는 평가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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