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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비루한 것의 카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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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비루한 것의 카니발

입력
2008.08.08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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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연 / 문학동네

무모한 출발이었다. 지난해 3월 12일자에 무라카미 류의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부터 ‘오늘의 책’은 시작했다. 그가 삼계탕 맛을 ‘생명을 입 속에 넣는다는 느낌’으로 표현했듯, 생명 그 자체를 맛보는 듯한 독서의 의미와 즐거움을 기자에게 주었던 책을 골라 하루 한 권(종)씩 써보겠다는 작정이었다. 무모했지만 다행히 하루도 빠트리지는 않았고, 오늘로 365회가 됐다.

책읽기란 무엇일까. 문학평론가 황종연(48)의 책 제목을 빌려서 표현한다면 그것은 <비루한 것의 카니발> 이다. 황종연은 이 책에서 1990년대 한국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비루한 영웅’들, 일탈자와 패덕자들, 기성 질서에 반란을 꾀하는 그들이 보여주는 위반과 전복의 상상력을 ‘비루한 것의 카니발’이라 명명했다. 그들은 결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입증하기 위해 늘 길을 떠나는, 루카치의 표현대로 ‘문제적 개인’들일 수 있다.

어찌 90년대 한국소설의 주인공들만 카니발을 벌였을까.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카니발이다. 책과 함께 하는 카니발이야말로 한없이 비루한 세상에서 더없이 비루한 영웅으로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의 해방구다. 책읽기야말로 문제적 개인으로 거듭나는 일, “언어 체험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며칠 전 국방부가 ‘불온서적’들을 지정해서 웃음거리가 되고 오히려 그 책들이 더 잘 팔리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다.그 중 몇몇은 ‘오늘의 책’에서 소개한 책들이기도 하다. 진정한 책읽기는, 국방부 식으로 표현하면,문제적 개인들이 저마다의 삶에서 ‘불온서적’의 목록을 쌓아가는 카니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문 한쪽 구석에 실린 ‘오늘의 책’을 읽고 소식 주신 독자들- 소위 처세서나 성공학 책은 왜 다루지 않느냐고 질책하던 독자, 농아학교 야구부 창단과정을 쓴 책 소개를 간곡하게 부탁하시던 교감 선생님, ‘오늘의 책’ 전체 목록을 어디서 볼 수 있냐고 문의하던 LA 동포… ‘오늘의 책’이 혹 맛있었다던 이들, 영 관심없다는 듯하던 이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의 책’을 쓸 수 있게 해준 모든 책의 저자들에게, 감사 드린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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