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시장 골목에서 13년째 파전 장사를 하는 유모(62ㆍ여)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남편과 딸 내외 가족까지 6식구의 살림 가계부가 점점 적자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씨는 "아직은 버틸 만 한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했다. 올 들어 밀가루 값이 ㎏당 1,100원이나 올랐고 LP가스 지출도 3만원에서 3만8,000원으로 뛰었지만 파전값은 변함없이 한 장에 1,000원. 1990년대 까지만 해도 하루 반죽통을 7,8개 썼지만 요즘은 2통만 해도 남을 지경이다. 유씨는 "호주머니 사정도 그렇지만 손님들이 1,000원짜리 파전조차 마음 놓고 먹지 못할 만큼 마음의 여유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입의 대부분을 지출하는 서민들의 가계가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불경기와 물가고(苦)가 길어지면서 갈수록 지출은 늘고 소득은 줄어드는 '이중 압박'이 심해지는 탓이다. 무너지는 중산층도 문제지만 시장상인,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 근로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득구조에서 맨 아래층에 놓여 있는 서민들의 삶은 점점 더 버거워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1분기 현재 국내 전체 가구 가운데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가구 비중은 31.8%로 지난해말(30.9%)보다 늘었다. 특히 소득수준 하위 40% 계층의 가계 적자는 올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1분기 월평균 소득(86만9,865원)과 지출(131만4,221원)의 차이는 약 45만원. 매달 45만원씩 빚이 쌓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서민들의 소비가 대부분 식료품, 전기ㆍ수도료처럼 쉽게 줄일 수 없는 품목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쌀, 밀가루, 라면 등 생필품으로 이뤄진 생활물가 상승률은 7월 들어 7%를 넘어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선택적 소비 비중이 높은 중산층 이상에 비해 생계형 소비를 해야 하는 서민들로선 요즘 같은 경기침체와 인플레에 훨씬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금리 인상으로 늘어나는 이자부담은 서민들의 공포를 한층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금상환 유예기간이 끝난 주택담보대출은 올해에만 21조8,000억 원에 이르며 내년에는 48조6,000억 원에 달한다.
남대문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는 유모(66)씨는 "장사가 안돼 은행 대출을 수시로 받는데 올들어 이자 부담이 수십만원은 늘었다"며 "아무리 아끼려 해도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김모(70)씨는 "빚 내서 아파트를 샀던 자식들이 요즘은 이자 부담에 못 이겨 처분하려 해도 팔리지를 않는다"고 한숨 지었다.
변변한 자산도 없고 추가 대출마저 여의치 않은 서민들은 현 상황을 탈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당장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식으로 견디고 있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자칫 사회 전체의 불안요소가 될 우려가 높은 이유다. 재정을 동원해서라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홍기헌 인턴기자(광운대 행정학과 졸)
김미연 인턴기자(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3년)
김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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