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오르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상을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더구나 올림픽은 4년이 지나야 다시 온다. 한국의 올림픽 역사 역시 이 명제를 증명하고 있다.
하계올림픽에서 2연패에 성공한 한국 선수는 1996년 애틀랜타와 2000년 시드니를 연이어 제패한 레슬링의 심권호 뿐이다. 신화로 통하는 여자 양궁에서도 개인전 우승자의 얼굴 만큼은 매번 바뀌었다. '2연패 징크스'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징크스도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양궁 2관광 박성현(25ㆍ전북도청) 앞에서는 힘을 잃을 듯 하다. 국내 선수 최초로 양궁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성현은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에 풍부한 경험,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까지 갖췄다. 지난해 프레올림픽 우승은 물론, 세계선수권보다 어렵다는 대표 선발전에서도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신데렐라 탄생을 노리는 동료 주현정과 윤옥희를 비롯해 나탈리아 발레바(이탈리아), 장주안주안(중국) 등이 라이벌로 거론되지만 박성현의 가장 큰 적은 그 자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4년 전 철벽같던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남자 탁구의 유승민(26ㆍ삼성생명)은 아테네 최고의 스타였다. 왕하오의 이면타법을 격파한 유승민의 투지는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2연패 도전은 가시밭길이다.
현재 그의 세계랭킹은 8위. 반면 1위 왕하오의 기량은 절정이다. 상대 전적에서 2승16패로 열세인 데다 4강 시드를 받지 못해 강적들과 일찌감치 마주칠 수 있다. 하지만 유승민은 탁구 싹쓸이를 공언한 중국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쉬인성 전 중국탁구협회장도 "유승민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최후의 필살기를 날릴 수 있는 선수"라며 경계했다. 강력한 포핸드 드라이브를 장착한 유승민은 "중국 선수들의 부담감에 비하면 오히려 마음이 가볍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아테네에서 무명 반란을 일으켰던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급의 정지현(25ㆍ삼성생명)은 선배 심권호의 영광을 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금메달을 목에 건 후 정지현은 큰 시련을 겪었다.
체중 증가로 66㎏급으로 체급을 올렸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고, 허리 부상까지 겹쳐 슬럼프에 빠졌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는 대표 탈락으로 올림픽 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피눈물나는 체중 감량을 통해 다시 원래 체급으로 복귀, 2연패를 정조준하고 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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