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충돌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싸움의 깊이도 더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의 장관 임명 강행, 감사원의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요구 등을 계기로 야당은 전력 공세를 펴고 있고, 여당도 물러서지 않고 강공으로 맞서고 있다. 여야 대표까지 충돌의 전면에 나섰다. 완충장치가 없어보일 정도로 점입가경이어서 국회 파행은 8월뿐 아니라 9월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공세를 펴는 야당은 그 결기가 무척 강하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7일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해 “청와대가 여야 합의를 짓밟았다”며 “우리가 단합해서 비장한 각오로 싸우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왔다”고 말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도 “오만과 독선을 주 성격으로 하는 이명박 정권의 본질이 모든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국회에 개입한 것을 반성하고 재발 방지에 관한 이 대통령 언명이 없으면 국회 정상화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원구성 협상에 응하지 않을 뿐더러 8월 임시국회 의사일정도 보이콧할 태세다.
정 사장 해임 건을 두고는 장외로까지 나갔다. 정세균 대표는 “지난 수십 년 간 애써 쟁취한 언론자유가 하루 아침에 20년 뒤로 후퇴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투쟁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KBS 이사회가 정 사장 해임을 결의해선 안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6일 촛불문화제를 연데 이어 이날은 청와대를 항의방문하고, 감사원을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또 김옥희씨 사건을 ‘언니게이트’로 규정하며 쟁점화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응도 매우 강경해졌다. 차제에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동안 야당 비판을 자제하던 박희태 대표는 이날 “민주당은 완전히 거리의 정치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소리 나는 곳이면 가서 기웃거리는 거리정치를 하며 국회 정상화는 아예 외면하고 다닌다”고 강력 비판했다. 그는 “법과 제도에 따라서 장관을 임명한 것을 가지고 마치 무슨 불법이나 범한 것처럼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적반하장이며 소수의 횡포다”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민생은 내팽개치고 코드 인사로 임명된 KBS 사장 구하기에만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행태가 적어도 8월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일갈했다. 그는 “우리는 민주당 몫 상임위는 손대지 않고 민생 원구성을 조속히 하겠다”며 민주당 없는 부분적인 단독 원구성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단독 원구성을 위한 명분쌓기를 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차명진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는 문제를 장외에서 해결하려 한다. 민주당은 ‘재야정당’인가 ‘생떼정당’인가”라고 반문했다.
여야의 격한 힘겨루기는 여론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 때까지 계속 될 것으로 보여 국회 파행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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