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7일, 어김없이 많은 기념품 수집상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지구촌의 출제인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한 자리에 모이는 올림픽의 명물들. 7일 오후 메인프레스센터(MPC) 앞에서 만난 이들은 한 입으로 "밥을 모르면 올림픽 가족이 아니죠"라고 말했다.
현대 올림픽의 역사를 온 몸으로 체험해 온 올림픽의 산증인. '밥'(Bob)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로버트 크리스티얀센(64ㆍ미국)씨는 이날 역시 베이징의 한여름 햇살을 받으며 그렇게 또 하나의 올림픽을 즐기고 있었다.
크리스티얀센씨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올림픽을 찾았던 명물 중의 명물이다. 이후 열린 하계ㆍ동계올림픽에 모두 개근했고, 어느덧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그가 찾은 17번째 올림픽이 됐다.
크리스티얀센씨의 올림픽에 대한 무한사랑은 아버지와 함께 했던 뮌헨올림픽 때부터 시작됐다.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과 그들의 열정, 전세계인이 어우러져 만들어가는 지구촌 화합의 모습이 그를 올림픽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20년 전에는 서울올림픽에도 찾아와 한국의 맛과 멋에 흠뻑 취하기도 했다.
올림픽에 대한 애정 하나만으로 전세계를 누비며 그가 모은 수집품 만도 이미 수 천여점에 이른다. 포스터와 배지, 메달 등을 포함한 역대 올림픽의 소중한 자료들이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그의 전시관에 고스란히 진열돼 있다. 크리스티얀센씨의 수집품에 매료된 홍콩의 한 팬은 그의 양해를 얻어 400~500점의 작품을 홍콩의 작은 전시장에 걸어놓기도 했다. 그가 가장 아끼는 수집품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육상 4관왕인 '흑인의 영웅' 제시 오웬스가 직접 녹음한 올림픽 기념 음반.
뉴욕 맨해튼의 한 대형 빌딩을 관리하던 그는 지난 1997년 은퇴한 이후 올림픽을 찾는 일이 일생의 낙이 됐다. 연금을 받으며 편하게 여생을 즐길 만도 하지만, 가장 저렴한 비행기 티켓을 끊고 한 달에 500달러(약 50만원) 정도의 초라한 숙소에서 묵는 것이 이제 몸에 뱄다. 크리스티얀센씨는 말한다. "숨을 쉬는 그 날까지 올림픽을 찾을 겁니다. 올림픽은 이제 저의 인생 자체이니까요."
베이징=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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