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저편으로 들리는 박인호(56)씨의 음성은 조심스러웠다. 평소의 밝고 활기 찼던 분위기는 온데 간데 사라지고,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에서는 극심한 부담감이 그대로 배어 나왔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는 부담감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나 가십니까.”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종합 국제대회’가 아닌, ‘박태환 대회’일 정도다. 그만큼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박태환(19ㆍ단국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박태환이 결전지에 도착한 지난 3일부터 베이징에서는 수많은 한국 취재진들이 수영 종목이 펼쳐질 내셔널아쿠아틱센터에 진을 치고 박태환의 연습 장면을 주시하고 있다. 박태환의 훈련 과정은 물론 숙소와 이동 경로, 식사 메뉴 등 일거수일투족을 파헤치면서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당사자가 아닌 저도 주위의 관심에 이렇게 극심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데 하물며 아직 열 아홉 살밖에 안된 (박)태환이는 어떻겠습니까”라고 말하는 아버지 박인호씨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한국 수영사에 길이 남을 ‘수영 영웅’을 길러낸 박씨. 그런 그에게 모든 국민들이 아들 태환이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고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견디기 힘든 부담감이다.
지난 3일 박태환의 다음 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해 올림픽 선수촌 인근의 아파트를 얻어 생활하고 있는 박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른다. 마음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초조하지만 올림픽AD카드를 발급 받지 못해 아들의 연습 장면을 전혀 지켜볼 수 없다. 아들의 숙소에 접근조차 불가능함은 물론이다.
박씨는 매일 밤 훈련을 마친 아들이 자신의 숙소를 찾으면 잠시 대화를 나누며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박씨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저 얼굴이라도 보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밖에요”라며 절절한 심정을 내비쳤다.
박태환은 9일 오후 자유형 400m 예선에서 한국 수영 역사를 뒤바꿀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박씨는 관중석 한 구석에서 조용히 아들의 역영을 지켜볼 예정이다. 그 누구보다 절실한 응원을, 박씨는 마음 속으로 아들에게 보낼 생각이다.
베이징=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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