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서양식 의료기관인 '광혜원'이 자신들의 대학 역사의 효시라고 주장해 논쟁을 벌였던 서울대와 연세대가 또다시 이 문제를 놓고 대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가 "광혜원은 첫 국립의료원인 만큼 국립 서울대병원이 역사를 이어받아야 한다"며 서울대 개교 시점을 광혜원이 설립된 1885년으로 앞당기는 작업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7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 총동창회는 이장무 총장의 요청에 따라 교사(校史)개정을 위한 자료수집에 나섰으며, 학교 측도 조만간 '교사 개정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광혜원을 서울대 역사에 편입시키는 내용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총동창회 관계자는 "이 총장이 이태진 인문대학장 등과 함께 총동창회가 주축이 돼 교사 개정을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태진 인문대학장은 "하버드대가 목사 양성소를 대학의 효시로 잡고 있는 것처럼 국립대학인 서울대 입장에서 국가가 세운 학부나 의학교를 효시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며 "총동창회와 함께 대학 역사 재정립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가 1946년인 개교 연도를 광혜원이 설립된 1885년으로 삼을 경우 서울대는 올해로 개교 123주년이 된다.
이에 대해 연세대 측은 "서울대가 역사적 연결 고리도 없는 광혜원을 무리하게 자교 역사에 편입시키려 한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연세대는 광혜원이 문을 닫기 1년 전인 1903년 광혜원의 의료진과 시설 등이 세브란스로 모두 넘어온 만큼 광혜원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것은 자신들이라는 입장이다.
연세대는 특히 서울대가 역사를 1885년까지 끌어올릴 경우 친일잔재의 역사도 떠안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광혜원 운영권이 세브란스로 넘어간 뒤 대한제국이 설립한 내부병원(1899년)과 의학교(1899년), 대한적십자병원(1905년) 등 3개 의료기관을 이토 히로부미가 1907년 강제 통합한 것이 대한의원이고, 서울대병원은 이 대한의원을 이어받은 것이라는 얘기다.
박형우 연세대 의대 교수는 "서울대 논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일제 총독부의 역사도 인정하고 이어받아야 한다는 것과 같다"며 "서울대가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내 대한의원 시계탑 건물을 복원한 뒤 이를 의대와 병원 역사의 상징물로 내세우고 있는데, 자꾸 짧은 역사를 의도적으로 늘리려는 이 같은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강희경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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